중국이 북한을 제치고 유네스코에 지안(集安)시를 고구려 문화유적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말들이 많다. 심지어 그들이 북한 땅에 대한 연고권까지 주장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동안 무엇을 했는가?광복 후 5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 역사학계는 일제 식민사관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신라 중심 사관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신라가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나 신라를 중심에 놓게 되면, 우리나라는 경상도에서 발원해 한강 이남을 차지하고, 그 뒤 고려 때 대동강까지 올라갔다가 조선조에 압록강―두만강까지 국토를 확장한 것이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압록강―두만강 너머의 땅에 대해선 영원히 이방인으로 남게 된다. 일제 식민주의자들이 획책했던 것도 바로 이 반도사관이었다. 작금의 사태는 한마디로 우리가 이 반도사관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중국이 동북공정이란 이름으로 그 틈새를 치고 들어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삼국시대에만 해도 우리 조상들은 중국보다 오히려 북방 및 중앙아시아와 밀접한 연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고대 문화가 중국에서 온 걸로 착각하고 있다. 북방에 대한 우리 연구와 홍보가 소홀한 탓이다. 결국 우리의 잘못된 사관과 중국 편향의 잘못된 문화인식이 중국에게 동북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빌미를 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흔히 고구려를 삼국 중의 하나 정도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고구려는 우리 고대사의 중심이다. 고구려 이전의 역사는 고구려라는 큰 호수로 모여들었고, 그 뒤의 역사는 다시 그로부터 흘러나왔다. 고구려를 잃는 것은 우리의 뿌리를 잃는 거나 다름없다.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고구려를 다시 공부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서 정 록 한국고대문화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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