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희랍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민들의 도덕의식을 개혁하는데 자신의 반평생을 바쳤다. 그러나 당시의 어리석은 배심원들은 그의 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형에 동의해서 그를 죽음으로 몰아 넣고 말았다. 이 과정을 지켜보고 기록한 그의 제자 플라톤은 "이상적인 직접 민주주의가 적절한 리더십을 갖추지 못할 경우 중우정치(衆愚政治)가 된다"고 말했다.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옮기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에는 '중우정치'로 빠져들 위험이 없지 않다. 노 대통령이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을 주장했던 것은 그가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라기보다는, 분할된 지역구도에서 일종의 캐스팅 보드를 쥐고 있는 충청 지역의 표심을 얻기 위한 대선전략에 의한 것이다. 실제로 대선 이후 노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어떠한 마스터플랜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충청권 행정수도 건설을 반대하는 도시계획 전문가들에 따르면, 45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수도를 옮긴다 해도 교육경제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고착화된 서울의 과밀현상은 말처럼 쉽게 해결될 수 없다. 정부청사가 충청지역으로 옮겨진다고 해서, 그 동안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있는 공무원들까지 옮겨간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자녀들의 교육문제나 불안정한 집 값 등으로 인해 서울과 충청도를 오가는 '기러기 아빠'만 늘어날 수도 있다. 완전한 인구이동을 수반한 행정수도의 이전은 생산시설의 증가와 경쟁력을 갖춘 교육기관의 정비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또한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를 옮긴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충청권이 개발되어야 영호남 그리고 강원지역이 발전한다는 주장에는 아무 근거도 없다. 행정수도의 이전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 결코 아니다. 더욱이 앞으로 다가올 통일시대를 내다보면, 기능적인 면에서 충청지역의 수도는 더더욱 적절치 못하다. 역사·문화적 측면에서도 수도 이전의 발상은 지극히 어리석다. 서울은 조선시대 이래 수도로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유서 깊은 도시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수도는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로서 한 나라의 얼굴이다.
지금이라도 노 대통령을 비롯한 일부 정치인들은 국가 전체의 이익보다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려는 정치행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이 제 2의 새만금 건설이나 시화호 사태와 같은 현상으로 나타나지 말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 태 동 서강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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