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세트플레이와 부정확한 슛이 결정적 패인이었다.한국은 2003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첫 상대인 독일전에서 성공을 거둔 '선수비 후역습'으로 파라과이에 맞섰지만 전반 초반 흐름을 빼앗기고 결승골을 허용한 뒤 심리적으로 흔들리며 자기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고 완패했다. 한국은 전후반 6차례의 프리킥과 7차례 코너킥 등 10여 차례 세트플레이 찬스를 잡았으나 상대 수비수에게 간파 당하는 등 공격의 물꼬를 트는데 실패했다. 수비후 역습전술이 먹혀 들려면 직접 슛까지 날릴 수 있는 세트플레이가 1,2개는 성공해야 하지만 기대 이하였고, 이날 한국이 때린 8개의 슛이 모두 문전을 빗나간 것도 패인이 됐다.
박성화사단은 파라과이전을 앞두고 다양한 세트플레이 전술을 반복 연습했고, 정조국 권집 김진규는 따로 불러 특별과외까지 시켰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한결같이 수비벽에 걸리거나 크로스바를 넘는 헛발질로 일관했다. 프리킥 찬스는 대부분 아크 오른쪽 근처였는데 권집의 왼발 감아 차기와 김진규의 대포알 슛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
특히 전반 12분 상대 문전 30m 지점에서 잡은 프리킥 찬스에서는 독일전에서 선보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정조국과 권집이 정지된 볼을 넘어 지나치고 김진규가 달려들며 강력한 슛을 때리는 작전을 답습하다 상대 수비수들이 미리 알아채는 바람에 볼을 빼앗겨 역습의 빌미를 제공했다. 권집과 이종민이 전담한 코너킥도 여효진이나 김동현의 머리를 조준했지만 높낮이가 일정치 않는 등 전혀 위협적이지 못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한국 박성화 감독=전체적으로 초반 밸런스가 무너져 어려운 경기를 했다. 파라과이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고 강하게 나왔는데 우리 선수들이 너무 부담을 갖는 바람에 상대에게 제압당한 것 같다. 부상 때문에 핵심 선수가 빠진 것도 전력에 차질을 빚었고, 멤버 교체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파라과이 롤란도 칠라베르트 감독=미국과의 첫 경기와 비교해 전술적으로 매우 지능적인 플레이를 했고 특히 수비진에서 컨트롤을 잘 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한국팀은 스피드가 매우 뛰어나고 조직적인 경기를 펼치는데 우리가 지능적으로 경기 흐름을 잘 조절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공세를 봉쇄할 수 있었다.
■ 대회 이모저모
○…청소년대표팀이 남미팀에 유난히 약한 징크스에 또 한번 울었다. 박성화사단은 지난해 우루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청소년대표팀, 브라질 클럽팀 그레미오, 이투아노 등 남미팀들과의 7차례 평가전에서 아르헨티나에 1―0으로 한번 이겼을 뿐 1승6패를 기록했는데 이번에도 기술을 앞세운 남미축구에 일격을 당했다.
한국은 지난달 초 수원컵 초청대회에서 정조국이 2골을 뽑아내며 콜롬비아를 2―0으로 눌러 남미 징크스에서 벗어나는 듯 했으나 결국 파라과이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박성화사단의 '거미손' GK 김영광(전남)의 800분 무실점 대기록 작성 실패는 물 묻은 장갑때문이었다.
김영광은 파라과이와의 경기직후 "벨라스케스가 헤딩하는 것을 예측하고 몸을 날렸다. 하지만 분명 볼이 손끝에 닿았는데 물기 때문에 미끄러져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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