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문제로 빚어진 혼란상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가 매듭짓는 것이 순리다. 파행정국이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을 재의키로 하는 등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는 분위기를 확실히 다잡기 위해서도 재신임 문제는 차제에 결론을 내는 게 옳다.그러나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김원기 공동의장에게 "(우리당 주도로) 정치권이 협의해 오면 이를 수용하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한다. 평지풍파를 자초해 놓고 해결을 정치권에 미루는 모습이다. 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치권이 합의하면 12월 15일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투표를 위한 정치권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헌법재판소는 국민투표 공고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을 각하했지만 9명 중 4명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재신임 국민투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리 많지 않다. 국민투표를 대치할 수 있는 재신임 방안을 제시하든지, 아니면 재신임 요구 자체가 잘못됐음을 깨끗이 인정하고 철회해야 한다. 어느 경우에도 이 결정은 대통령 자신이 해야 할 것이다. 재신임이 진퇴를 건 승부수였다면, 마무리 역시 같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승부수를 던져 놓고 마무리를 정치권에 떠넘기는 듯한 태도는 떳떳하지 못하다.
재신임 국민투표를 놓고 우왕좌왕을 거듭해 온 정치권의 행태는 천박한 우리 정치의 수준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하지만 가장 큰 책임은 혼돈의 원인을 제공한 노 대통령에게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노 대통령은 실기하지 말고 책임지는 자세로 재신임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경솔했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할 대목이 있으면 솔직히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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