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규 분양시장이 초토화하고 있다미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청약경쟁률이 높은 단지도 결국에는 미계약 사태를 빚고 있다. 이로 인해 분양시장의 장기침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분양가 인하 압력을 받고 있는 주택건설업체가 앞으로 분양가를 더욱 낮출 것이라는 전망과, 시장에서 투기수요가 빠지다 보니 계속 당첨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동시에 확산되면서 실수요자들은 느긋하게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개 숙인 분양시장3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수는 총 3,118가구로 9월(2,736가구)보다 14% 증가했다.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수가 3,000가구를 넘어선 것은 2002년 2월(4,605가구) 이후 20개월 만이다.
특히 10·29 대책 발표 전후로 수도권에서 신규 분양된 33개 단지 중 절반에 가까운 15개 단지가 미달이었다. 안양 수리산 현대홈타운 2차는 198가구 모집에 3순위까지 77명이 신청해 121가구가 미달됐다. 9월 분양된 안양 호계동 현대홈타운 2차가 지역 1순위에서 5.5대 1로 마감된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이다.
파주 교하지구 우남퍼스트빌도 600가구 모집에 79가구 미달이었으며, 용인 동백지구의 써미트빌은 432가구 모집에 379명만 신청했다.
높은 청약경쟁률을 자랑했던 서울의 아파트 역시 10차 동시분양에서 미계약 물량을 대거 쏟아냈다. 21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강남구 역삼동 대우푸르지오는 일반분양분 24평형 38가구 중 13가구만 계약이 이뤄지는 등 10차 동시분양에 참가한 11개 단지 대부분의 계약률이 50%대를 밑돈 것으로 알려졌다.
미계약 물량은 냉각기 재테크 상품
이미 강남권 미계약 물량은 새로운 재테크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강남권 신규 아파트를 청약통장 없이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강남권 아파트는 분양가가 높아 자금여력이 있는 사람들이나 노릴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미계약분이 장기간 팔리지 않으면 건설사들이 추가로 '당근'을 내걸 수도 있어 실수요자들은 관심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건설사들이 미분양·미계약 물량을 털어내기 위한 마케팅 작전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앞으로의 시장 동향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총량제까지 실시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양이 미분양·미계약분이 쏟아지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가만히 앉아있다가 큰 부담을 떠안을 수도 있다.
사정이 이쯤 되면 미분양·미계약 물량도 예전처럼 '흠집' 이 있는 단지가 아니라 인기 단지로 부상할 수도 있다. 사실 미분양·미계약 물량 중에서 알짜를 고르기가 쉽지 않았지만 11월 이후 발생한 미분양 물량들은 대부분 적잖은 호재를 갖고 있는 우수 단지이다.
스피드뱅크 홍순철 팀장은 "미분양·미계약 물량의 질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분양일정과 단지의 특성을 꼼꼼히 정리해뒀다가 분양·계약일에 발 빠르게 움직이면 대어를 낚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