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 및 단체들과의 관계 유지와 국제 테러리즘과의 대결이 앞으로 10년간 영국 외교의 최우선 정책 목표이다."영국 외무부는 외교정책 우선순위를 공개하지 않는 전통을 깨고 2일 사상 처음으로 발간한 외교 백서 '영국의 최우선 국제정책 목표들―외무부를 위한 전략'에서 이 같이 밝혔다.
모두 66쪽으로 구성된 백서에 따르면 영국 외교의 정책 변화를 가져온 결정적인 계기는 2001년의 9·11 테러이다. 9·11 테러는 정치적 이데올로기 대신 종교적 신념 차이로 인한 서구와 이슬람 사회의 갈등이 앞으로 국제정세를 결정할 것이며 국가간 전쟁보다는 국경을 불문한 테러리즘과 대량살상무기가 최고의 안보위협이 될 것임을 보여 주었다.
영국은 이에 대응해 이슬람 국가나 조직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그들의 민주화에 힘쓰는 한편 이민자 등 유럽 내 이슬람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키로 했다. 변화하는 정세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외교망을 재편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백서는 233개에 이르는 해외 외교공관을 감축하는 대신 기업과 시민단체를 통해 간접적인 외교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당장 공관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지정학적 중요도에 따라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의 개혁 작업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서는 이 밖에도 영국을 국제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유럽연합 체제를 안정화하며 영국 경제발전을 극대화하는 등의 개괄적인 외교정책 목표 8가지를 명시했다. 이 중 '국제분쟁을 예방, 해결할 때는 법치에 기초한 국제체제에 의거한다'는 조항은 미국의 '선제 공격론'에 배치되는 것으로, 앞으로 양국 간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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