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원전센터 건설 심포지엄/"부안 주민투표, 새 논쟁 부를 우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원전센터 건설 심포지엄/"부안 주민투표, 새 논쟁 부를 우려"

입력
2003.12.03 00:00
0 0

부안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원전센터) 건설과 관련한 심포지엄이 2일 오후 1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원전센터에 대한 국민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일보사와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산업자원부가 후원한 이날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원전센터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둘러싸고 5시간 동안 주제발표와 함께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특히 위도가 원전센터 후보지로 최종 선정된 7월 이후 폭력으로 얼룩진 부안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주민들이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제완 과학문화진흥회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을 지상 중계한다.

이건재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은 각 나라마다 허용 방사선 양을 정하고 있는 데 우리나라는 독일보다 기준을 3배 이상 강화했다. 더 많은 안전 여유도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또 원전센터 건설로 예상되는 피폭량은 개인당 연간 1밀리렘에 불과하다. 이는 순수 자연환경에서의 1인당 피폭량 240밀리렘과 비교해 극히 미약한 수준이다. X-레이 촬영시 3∼5밀리렘, 비행기 탑승시 7밀리렘의 방사선 피폭을 받는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양이다.

이처럼 원전센터는 위험시설이 아니라 혐오시설일 뿐이다. 일본 로카쇼무라 원전센터 등 세계 여러 나라의 보고서에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로 인한 주민들의 추가적인 방사선 피폭은 없었다고 명시돼 있다.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장=방사성 물질도 관리만 잘하면 안전하다는 건 주민들도 알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적인 안전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사회는 관리자의 실수나 부주의 등으로 인한 사고에 더 취약하다. 원전센터 홍보는 안전성보다 위험성에,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보다는 관리자들의 안전불감증을 방지하는 안전문화 정착에 초점을 맞춰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정부는 주민 설득 방법도 바꿔야 한다. 반대를 힘으로 누르거나 돈으로 설득하는 방법은 주민들을 사업의 대상으로 간주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민 의식수준과 자존심이 높아진 만큼 설득 방법도 의사결정의 형식과 절차에 무게를 둬야 한다. 주민투표 방안도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다. 핵심은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아니라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이냐이다.

홍욱희 세민환경연구소장=원전센터 건설 문제는 부안사태의 봉합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 사회에서 적어도 10년간은 논란 거리가 될 전망이다.

원전센터를 둘러싼 갈등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가장 일차적인 감정은 '불안'이라고 본다. 국민 대다수는 아직도 원전센터가 왜 필요한지, 정부가 왜 적절한 절차를 무시한 채 건설을 서둘러야 할 만큼 절박해 하는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시민단체 어느 쪽의 주장을 믿어야 할지도 헷갈린다. 이런 불안감을 풀어주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주민 반대는 선진국의 사례로 볼 때 20년전부터 예견된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금전공세를 앞세운 미봉책과 주민 회유정책으로 일관하는 등 설득에 실패했다.

국민들이 원자력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데는 '원전반대' 주장만 되풀이해 온 시민단체 활동에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차분한 홍보와 설득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원자력 정책을 고수해 온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처사에도 책임이 있다.

김신종 산업자원부 에너지산업심의관=우리나라는 소요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 빈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성장을 이끌어낸 데는 원자력 발전의 기여가 매우 컸다. 원전이 전체 발전량의 40% 이상을 차지한 지난 10년간 소비자 물가는 80% 상승했으나, 전력요금 인상은 20%에 그쳤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원전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 청정에너지원이다.

원전센터와 같은 기피시설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주민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원전센터 부지선정이 지난 17년 동안 일부 단체와 주민 반대로 실패하면서 매우 위험한 시설로 잘못 알려졌다.

근거 없는 유언비어 유포도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데 한 몫 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부안 군민과의 꾸준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다. 자유로운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후 적절한 시기에 주민의사를 확인, 이에 따라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폭력을 통해 주장을 관철시켜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조금의 양보도 없을 것이다.

석광훈 녹색연합 정책위원=핵발전소를 보유한 유럽과 미국 등 다수 국가들은 심각한 안전문제를 겪었다. 구 소련 체르노빌의 경우 그 후유증이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부안 원전센터의 핵심인 사용후 핵연료의 중간저장은 핵연료 영구처분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이 같은 문제들이 누적된 상태에서 원전센터 부지선정의 폭력적인 관철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위도 원전센터 건설의 무리한 추진에 반대한다. 정부는 단순히 '국책사업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무리한 사업을 편들기 전에 스스로 정책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 정책 결정자들은 '일단 부지부터 정해놓고 보자'식의 관행에서 벗어나 더디더라도 공청회 등을 통해 공개적인 정책 검증부터 해야 한다.

최연홍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 교수=위험이 없는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런 사회는 어디에도 없다. 원전센터를 둘러싼 국민적 합의는 다수결로 정하는 주민투표가 아닌 대화와 설득의 장에서 나온 타협의 산물이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부안 군민과 정부 사이에 대화와 설득을 통한 타협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있다면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주민 사이에 중재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국민적 합의는 지성과 용기와 비전을 갖춘 제3자의 영입으로 가능하다. 정부와 주민 모두 신뢰할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여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의 권위나 주민들의 감정적 논전에서 중립적이고 독립적이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길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원자력과 시민의 다리가 되는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핵폐기물 처리논란 美·獨·伊 "동병상련"

원전수거물(핵 폐기물) 처리를 둘러싸고 지구촌이 시끄럽다.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원전 수거물 처리 시설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 상당수 국가에서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이탈리아는 1987년 국민투표를 통해 원자력발전소 폐쇄를 결정했으나 이미 생성된 원전 폐기물을 저장하기 위한 시설 건설을 놓고 요즘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정부가 남부 해안의 스칸자노 조니코 마을에 폐기장을 건설키로 결정하자 인근 주민들이 최근 수주 동안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달 27일 핵 폐기장 법령에서 폐기장 건설지로 명기된 '스칸자노 조니코'를 일단 삭제하고 1년여 동안 논의를 더 하기로 한발 물러섰다.

미국에서는 네바다주의 유카 산악 지하에 폐기장을 건설하는 방안이 쟁점이 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지난해 이 같은 방안을 확정하자 미 의회는 지난 5월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네바다 지역 주민들은 "부시 대통령은 2000년 대선 때 핵 폐기장 건설 문제를 쉽게 결정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을 어겼다"며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원전 폐기물 저장을 위해 운반하는 과정에서 테러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도 2001년 원자력 발전소 19 곳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했으나 원전 폐쇄 전에 배출되는 폐기물을 저장하는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독일은 자국 내 원전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프랑스 등에서 재처리한 뒤 다시 들여와 보관해왔는데 폐기물 수송 때마다 대규모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1일 독일 정부가 프랑스의 라아그 공장에서 처리된 원전 폐기물을 컨테이너에 담아 열차로 고어레벤 저장소로 옮기려 하자 저장소 인근의 단넨베르크 역 앞에서 주민 수 천 명이 시위를 벌였다.

스위스 정부는 당초 북부 니드발덴 칸톤의 산악지대에 지하 핵 폐기장을 건설키로 했으나 1995년과 지난 5월의 주민투표에서 잇따라 부결됐다.

핵 폐기장 건설 반대 운동이 거세지자 일부 국가들은 원전 폐기물의 해외 반출을 은밀히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1999년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스위스가 러시아에 원전 폐기물의 보관을 조건으로 금전적 대가를 제공하는 비밀협상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미국이 남태평양 섬에, 독일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핵 폐기장 건설을 검토했었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도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그룹과 일부 다국적 기업 등은 남태평양 섬, 호주 등에 국제 공동 핵 폐기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더 이상 진척되지는 않고 있다.

반면 프랑스와 스웨덴 등 일부 국가들은 주민들의 큰 저항을 받지 않고 비교적 순조롭게 핵 폐기장을 건설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