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기 전에 방에 불을 밝혀라. 남포 말끔히 닦고."어린 시절 그것이 매일 저녁 소년이 해야 할 일이었다. 집안엔 두 개의 남포와 두 개의 등잔이 있었다. 남포 하나는 늘 부엌에 걸려 있었고, 또 하나는 안방과 가운뎃방 사이에 걸려 있었다.
남포에 불을 밝히자면 우선 세숫대야에 비누를 풀고, 지난밤 그을음이 낀, 유리로 된 등피를 새것처럼 맑게 닦아야 한다. 그렇게 등피를 맑게 닦고 남포에 불을 밝힐 때 그 불빛과 함께 환해지는 산골 소년의 마음을 누가 알까? 소년은 금방 자신이 불을 붙인 남포의 불빛을 향해 빙그레 웃는다. 남포에 불을 밝힐 때마다 왠지 마음속에 불을 밝히듯 어떤 넉넉함이 소년의 마음속에 깃든다. 거울도 없이 내 마음의 눈을 바라보듯 남포 심지의 불을 바라본다. 저녁마다 남포에 불을 붙여 집안을 밝히는 일. 그것은 마치 어둠이 밀려오는 성전에 불을 밝히는 일과 같다. 아니, 소년에겐 일이 아니라 그보다 성스럽고 엄숙한 의식이었다.
산골마을에 전기가 들어와 더 이상 남포에 불을 밝히지 않아도 된 것은 소년이 자라고 자라 스무 살이 되던 해였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그때의 성전을 밝히던 저녁 불빛이 내 삶의 불빛처럼 그립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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