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12월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외과의사 크리스티안 바너드가 케이프타운의 흐로테 스후르 병원에서 인류 역사상 최초의 심장이식 수술을 시행했다. 바너드는 교통사고로 숨진 20대 여성의 심장을 심부전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던 55세의 루이 와샨스키에게 옮겨 심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와샨스키는 18일 뒤 폐렴으로 사망했다. 면역 체계가 파괴돼 와샨스키의 몸이 폐렴과 싸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모험적인 수술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바너드는 이렇게 대꾸했다. "환자는 어차피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당신이 사자에게 쫓기고 있다면, 악어가 살고 있다는 이유로 강에 뛰어들지 않겠는가?"아무튼 바너드의 심장이식 수술 성공은 외과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보다 2주 뒤에는 뉴욕의 외과의사 에이드리언 캔트로위츠도 이 수술을 시도했으나 환자가 깨어나지 못했다. 미국에서 심장이식 수술에 처음으로 성공한 사람은 이듬해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시술한 덴턴 쿨리였다. 한국에서는 1992년 울산의대 흉부외과의 송명근 교수가 처음으로 심장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다른 사람의 심장을 환자에게 옮겨 심는다는 아이디어는 20세기 초부터 프랑스 외과의사 알렉시스 카렐을 포함한 몇몇 의학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그러나 체외순환법이 개발된 1950년대까지는 제공받을 심장의 순화 유지나 보존에 어려움이 많아 초일류 외과의사들도 감히 이 수술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바너드의 성공 이후 허혈성심질환(虛血性心疾患)이나 심근경색증 등의 말기 환자들이 이 수술을 통해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됐지만, 요즘도 생존율이 수술 첫 해에 50% 정도로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게다가 뇌사 상태에 있는 공여자(donor)와 수용자(recipient) 사이에 민감한 생명윤리적·법적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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