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한국의 것을 가져갔다 돌려드리는 건데 받아주시니 오히려 고맙습니다."조선과 중국 청나라의 대표적 학자들이 주고받은 서간 등 87건의 문화재를 아무 조건 없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일본인 저술가 나카무라 긴야(中村欽哉·61)씨는 2일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감사패를 받는 자리에서 오히려 감사를 표시했다.
이들 기증품은 일제시대 경성제대에서 가르쳤던 역사학자 후지쓰카(藤塚) 박사가 수집해 일본으로 가져갔던 것으로 왕희손, 주달, 장심 등 청나라 학자들이 추사 김정희, 산천 김명희 형제와 부친 김노경, 정치가 김홍집 등에게 보낸 서간이 대부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들 기증품은 청의 문화가 가장 완숙한 경지에 이르렀던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 양국 학계의 수준과 개인적 교유를 생생히 드러내는 자료이자 당시 일급 학자, 문인들의 서체를 보여주는 미술품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 자료들은 중국 고대사 연구의 세계적 석학으로 나카무라씨의 선배인 이케다 온(池田溫·72) 도쿄대 명예교수가 도쿄의 고서점에서 사서 갖고 있다가 은퇴하면서 나카무라씨에게 준 것이다. 이케다씨는 기증식에 오지 못해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날 두 사람에게 주는 감사패를 나카무라씨에게 전했다.
출판사 편집장 출신인 나카무라씨는 '일제시대 유적 산책' '솔직한 한국인' '고도 경주를 걷다' 등의 책을 쓴 자유기고가. 도쿄대 입학 이후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일본이 한국에 나쁜 짓을 많이 했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할 말은 하자는 생각으로 한국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다 보니 한국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한다. '한국의 음식'을 쓴 데 이어 그는 지금 '한국의 술'을 준비 중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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