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하고 아기도 자라니까 세상이 달라보여요. 10년 전 자정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결혼 전이라 사랑 얘기가 눈에 많이 들어왔다면, 지금은 사람도 다양하게 보이고 더 많은 것에 관심이 생기더군요."지난 10월 가을개편과 함께 KBS 해피FM(106.1Mhz)의 심야 음악프로그램 '밤을 잊은 그대에게'(밤 12시∼오전 2시)의 DJ로 4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 탤런트 신애라(34).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기쁜 우리 젊은 날'(SBS) '오늘같은 밤엔'(KBS) '영화음악실'(KBS) '정오의 희망곡'(MBC)의 진행을 맡아 많은 청취자 팬을 모았다.
하지만 차인표와의 결혼, 여섯 살 난 아들 육아 등으로 방송을 떠나면서 라디오 진행도 잠시 접었다. 올 5월 연극 '희한한 구둣방집 마누라'에 잠깐 출연한 적은 있지만, 방송은 2000년 MBC 시트콤 '가문의 영광'이 마지막 작품이었으니 꽤 오래 쉰 셈. "4년의 공백기 동안 좋아하는 음악만 골라 들었어요.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지 못해 요즘은 차에 CD를 넣고 다니며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러나 DJ 수락 조건으로 "선곡 권한을 달라"고 했을 정도로 아직 음악적 '감(感)' 은 자신이 있다. 오랜만에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심야 청취자의 가슴을 적신다. 남편 차인표의 반응을 물었더니, "'너무 잘 한다, 너는 타고난 DJ다'라고 하더군요.(웃음) 아마 요즘 제가 걱정이 많아 하는 말이겠지만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현재 위암으로 투병 중이다. 시한부 아내 이야기를 담은 차인표, 김희애 주연의 SBS 드라마 ' 완전한 사랑'도 그래서 남 얘기 같지 않게 들린다. "희애 언니가 연기를 잘 하기도 하지만, 엄마가 아프니까 드라마가 정말 와 닿더군요. 나도 언제든지 아플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웃는 장면에서도 울게 되더라구요." 어머니 오정미씨는 동양방송 PD 1기 출신으로 라디오 작가로도 활동했다. 동양방송에서 시작, 내년이면 40주년을 맞는 '밤을 잊은 그대에게'의 DJ를 딸이 맡은 것도 묘한 인연이다.
'20대와 지금 바뀐 것이 있다면'이란 물음에 "스무 살 때는 자신감 넘쳐 나쁘게 말하면 독불장군식이었죠. 지금은 많이 둥글둥글해진 것 같아요. '야 너 성질 죽었다'고들 말할 정도죠"라고 답했다. 그러나 담당 PD가 "섭외 전화를 했더니 직접 출연료까지 제시해 놀랐다. 신애라씨는 참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살짝 뒷얘기를 꺼내자, "제가 너무 터프하고 쿨하게 나갔나 보네요"라고 웃어 넘겼다. 그럴 때면 TV 속에서 비쳐졌던 똑똑하고 당찬 성격 그대로다. FM 방송이 정작 음악은 뒷전이 됐다고 꼬집거나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음악 위주의 방송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힘주어 말할 때도 그렇다.
"많이 뜨는 노래만 틀지 않고, '어머 이런 노래도 있었네'하고 음반을 사러 갈 수 있도록 좋은 음악만 들려줄 겁니다. 심야 시간대는 혼자 듣는 분이 많을테니, 바로 그 한 분과 대화하는 느낌으로 해나갈 생각이에요. 좀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말보다는 음악과 그에 어울리는 사연과 얘기로 채울 거예요. 많이 사랑해주세요."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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