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2일 오전 갑작스럽게 기자브리핑을 가졌다. 최근 수출이 잘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관광만이 유일하게 죽을 쑤자 '관광수지 개선대책'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들어 10월까지 관광수지 적자는 27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적자규모(23억7,000만달러)를 이미 넘어섰으며 연말까지 3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대책은 외국 관광객을 많이 불러오고, 내국인의 바깥출입을 줄이는 것에 맞춰졌다. 이중 내국인 외유의 주범으로 해외 골프여행이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해결책은 우습게도 국내 골프장의 부지 면적이나 수질 기준 등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었다. 골프장을 늘려 부킹이 쉬워지면 굳이 외국까지 가서 골프를 치겠냐는 발상에서다.
우리나라에서도 골프가 대중화하고 있고 한국 골퍼들의 수준도 이미 세계화했다. 문제는 골프가 아니라 골프장이다. 이유는 자연과 환경의 보존이다. 우리 땅은 태생적으로 골프와 궁합이 맞지 않다. 산이 많고 사계절이 존재한다. 골프장을 만들려면 엄청난 산을 깎아내야 하고 잔디를 유지하려면 반환경적 약물을 뿌려야 한다. 골프 인구는 늘어나지만 시설은 억제되어야 한다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환경 선진국들은 환경에 이롭지않은 굴뚝 산업을 나라 바깥으로 내보낸다. 우리에게 골프장은 자연파괴 산업이자 굴뚝 산업이다. 거대한 무역적자의 원인도 아니고 생존이 걸린 문제도 아니다. 관광수지 운운하며 겨우 남아있는 산천을 더 깎아내겠다고? 더 많은 골프장이 지어지면 골프 인구도 더 늘어날 것이고, 해외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도 더 많아질 뿐이다. 그러면 또 더 많은 골프장을 지을 것인가.
이 땅은 빈대가 들끓는 초가삼간이 아니다.
권오현 생활과학부 차장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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