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Cs란 영어 알파벳 묶음이 자주 등장한다. 브라질(B) 러시아(R) 인도(I) 중국(C)을 말한다.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골드만 삭스는 2050년에 가면 이들 네 나라가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6대 경제강국(G6)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의 6대강국 중 그나마 자리를 유지하는 곳은 미국과 일본 정도. BRICs의 현재 경제규모는 6대강국의 15%에 불과하지만 2025년에는 50%를 넘어서며, 2040년에 가서는 이를 능가한다. 이 예측대로라면 2050년의 세계최대 경제대국은 미국이 아니다. 중국은 43조달러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며, 35조달러의 미국을 추월한다. 이 때의 부자나라 순서는 중국 미국 인도 일본 브라질 러시아 순이다.■ 이들 네 나라는 영토가 넓고 자원과 노동력이 풍부하며 경제가 한결같이 상승국면을 타고 있다. 정치도 옛날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노동자 출신의 소수파였지만 급진 이미지를 불식하고 브라질 재건계획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강력한 러시아'를 모토로 국정 장악력을 강화했다. 인도는 풍부한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눈부신 비약은 새삼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의 역사학자 폴 케네디는 "지금의 세계 질서가 금세기 내내 지속되리라고 생각하는 서방정치인이 있다면, 진지하게 이를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강대국 흥망성쇠를 추적하고 있는 그의 말이기에 설득력이 더 하다.
■ 골드만 삭스의 예측은 자연스럽게 2050년의 우리 처지를 생각하게 한다. 세계 12위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의 경제적 위상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들 네 나라가 상위그룹에 끼어든다면 우리의 설 땅이 뒤로 밀릴 것임은 물어보나 마나다. 중위권의 이들 나라가 우리에게 제공해 온 틈새시장과 비교 우위부분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 우리가 처한 현실은 위기감으로 이어진다.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과 원내 과반의석을 가진 제1야당의 대표가 오기싸움을 한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대통령은 괄목 성장한 우리의 저력을 자랑하지만 미래에 대한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내일은커녕 오늘의 민생마저 도외시한 채 오로지 내년 총선만을 향해 뛰고 있다. 세계가 줄달음치고 있는데 우리만 한가로울 경우, 돌아올 것은 낙오와 도태 뿐이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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