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사법처리와 함께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 듯 하던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가 전혀 다른 각도에서 다시 확대될 조짐이다.검찰은 2일 강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했다. 적용 혐의가 측근비리 수사의 본질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검찰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문효남 수사기획관은 "강씨가 수시로 진술을 변경하고, 일부 자료조작 정황까지 있어 일단 신병을 확보한 뒤 수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장청구 혐의 자체는 신병확보를 위한 편의상 죄목일 뿐이고 측근비리 진상규명은 계속 된다는 설명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지난 대선 이전 강씨가 선봉술 전 장수천 대표에게 빌려줬다고 주장하는 9억5,000만원이다. 검찰은 "9억5,000만원을 빌려줬다는 강씨의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물증은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선씨가 다른 사람에게서 돈 받은 사실을 덮기 위해 강씨가 돈을 준 것처럼 주장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측근비리 수사에서 강씨의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달 선씨에 대한 검찰 조사 직후였다.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부터 SK비자금 2억3,000만원을 받은 선씨 계좌추적에서 별도의 수억원대 뭉칫돈을 발견한 검찰은 돈의 출처를 추궁했다. 이에 선씨는 "강씨에게 빌린 돈"이라고 진술했다. 이후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강씨는 "장수천 빚으로 어려움을 겪던 선씨에게 9억5,000만원을 순수한 의도에서 빌려줬으며 검찰에서 충분히 해명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선씨가 자금출처를 둘러대느라 강씨의 이름을 댔고 강씨는 오버액션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이 발견한 선씨 계좌의 뭉칫돈은 9억5,000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측근들의 '군기반장'을 자처하는 강씨가 선씨의 불법 금품수수가 문제가 될 것 같자 '총대'를 매고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선씨의 1차 검찰출두 전에 이미 입을 맞췄을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강씨 등이 굳이 이런 '조작극'을 꾸며야 했다면 그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선씨가 받은 수 억원이 매우 부적절한 성격의 돈일 가능성이 있고, 대통령의 측근인 강씨가 발벗고 나섰다는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연관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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