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정치적 행보에서 강온 양면전략의 성향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재신임 문제, 대(對)국회 관계 등 굵직한 정치현안에 있어 아주 완고한 입장과, 이와는 다른 유화적 움직임이 하루 이틀 사이로 번갈아가며 나타나고 있다.노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의 모두 발언을 통해 "가만히 보면 지금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회, 가장 강력한 야당을 만나서 정부와 국무위원이 너무 힘든 것 같다"며 "국회가 멈춰있고 법안도, 예산도 다 막혀있다"고 한나라당을 향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는 국무위원을 격려하기 위한 발언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달 30일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이 단식중인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를 찾아가 '노 대통령과의 회동'을 주선할 용의가 있음을 알렸던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또 노 대통령은 지난 달 28일 SBS 대담프로에 출연해 '야당의 요구는 들어주기 어렵고 국회 마비는 야당 스스로 풀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강한 대결적 자세를 견지했다. '강―온―강'으로 이어져 온 셈이다.
재신임 문제도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은 SBS 대담에선 "어떻게 해서든 재신임 방법을 찾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데 30일 노 대통령과 전화를 한데 이어 1일 오후 노 대통령을 30분간 면담하고 나온 열린우리당 김원기 의장은 "노 대통령은 내가 각당 대표들과 합의를 해오면 그대로 따르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재신임 철회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이 같은 강온 카드의 교차적 활용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어느 것 하나 말끔하게 정리하기 어려운 작금의 정치상황에 대한 고민이 반영돼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중요 사안에 관해서 노 대통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노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나름대로의 구상에 따라 본격적인 정치를 시작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