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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용감한 구단주 한명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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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용감한 구단주 한명의 가치

입력
2003.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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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대 프로리그 중 한 종목의 구단주들은 지난 100년 동안 집단적으로 어리석은 결정을 내려왔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살아 남아있다."전문경영인이나 경영학 교수가 아닌 역사학자가 지난해 미국의 한 대학에 개설된 '이 종목(?)의 역사'라는 강좌에서 했던 말이다. 그는 각종 사례를 제시하면서 특정 종목의 구단주들은 변화를 지극히 싫어하고 멀리 볼 줄 모르는 집단이라고 꼬집었다. 과연 어떤 종목의 구단주들이 어떤 상황에서 무슨 결정을 내렸길래 이런 혹평을 받아야 하는지를 그가 제시했던 사례로 살펴보자.

사례1. 라디오가 처음 나왔을 때 구단주들은 라디오 중계방송을 한사코 거부했다. 팬이 경기장에는 오지않고 집에서 라디오만 들을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용감한 한 구단이 총대를 멨고 다른 구단주들은 라디오중계와 관중동원은 무관하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후에서야 전부 이를 따랐다.

사례2. 직장인을 경기장으로 불러올 수 있는 야간경기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왔을 때였다. 조명시설을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이 아까웠던 구단주들은 이때까지 낮에만 경기를 해왔기 때문에 야간경기는 안된다는 주장을 폈다. 이때도 모험정신이 있는 한 구단주가 조명탑을 세웠고 이 구장에 관중이 구름같이 몰려드는 것을 확인한 후 야간경기제도를 도입했다.

사례3. 1940년대 말 한 구단주가 흑인 팬 유치를 위해 흑인선수를 등록시키자고 했다. 구단주들은 이 종목의 순수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이 제안을 15:1로 부결시켰다. 이듬해 반대를 무릅쓰고 이를 감행한 한 구단이 있었고 당시로서는 엄청난 숫자인 연관중 260만 명이라는 실적을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구단이 이를 수용하는 데는 무려 12년이 걸렸다.

미국 스포츠에 관심있는 팬이라면 위의 사례를 보면서 이미 짐작했겠지만 이 종목은 단일리그로는 연간 세계최다 관중을 동원하고 있는 메이저리그(야구)를 말한다. 우리로서는 미국의 다른 종목 구단주들은 상대적으로 얼마나 현명했는지 잘 모르기도 하지만 몇 사례만으로 메이저리그 구단주들이 왜 그런 혹평을 받아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 역사학자가 '메이저리그는 단견의 구단주 집합'임을 증명하기 위해 제시했던 사례를 다른 각도로 볼 필요도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각 사례에는 모험심 많은 구단주가 한명씩 등장한다는 점이다. 만일 그들의 모험심이 없었다면 메이저리그가 지금처럼 연간 7,000만명 이상의 관중을 동원하는 빅 리그로 살아 남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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