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 소속 A(45)중령은 2001년 9월 충북의 한 보신탕집에서 자신을 현직 검사 B씨의 먼 친척이라고 소개한 여주인 K(39)씨를 만났다. 이후 단골 손님이 된 A중령은 이듬해 초 K씨로부터 "실은 내가 청와대측과 친밀한 P그룹 '왕회장'의 수양딸인데, 아버지께 잘 말해 도움이 되도록 해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A중령에게 정기적으로 '대통령이 미국 갔다 돌아오면 자네가 할 일이 더 많아질 거네' 라는 내용 등의 모 재벌회장 명의의 이메일과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러나 K씨가 보낸 가짜 이메일인 줄도 모르고 A중령은 이후 군 장성과의 친분까지 과시한 K씨를 철석같이 믿게 됐다. K씨는 이때부터 "군 장성과 청와대에 부탁해 승진시켜 주겠다"며 지난 6월까지 A중령으로부터 250만∼6,500만원씩 3억원 이상을 받아 갔다. K씨는 또 "청와대 비선라인이 군 내부 여론을 보고 받으려 한다"며 A중령이 직접 작성한 군 내부 정보를 4, 5차례 전달받기까지 했다. 특히 K씨는 '왕 회장의 수양딸'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A중령에게 황금열쇠를 선물로 주면서 "대통령이 공신들을 위해 100개만 한정 제작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으며, 그로부터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기무사의 문제점과 개혁방안'이라는 내용을 만들어 모 잡지에 제보, 기사화시키기도 했다.하지만 A중령이 임의로 군 내부 동향을 문서로 작성하다 적발된 지난 5월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엇나가기 시작했다. K씨가 청와대 비서관을 사칭, 기무사령관에게 3차례나 전화를 걸어 "A중령을 잘 부탁한다"며 징계 최소화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고, 결국 전보조치 등의 징계를 받게 된 A중령은 최근 청와대에 "돈을 돌려받게 해 달라"며 진정서를 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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