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위기의 탈출구는 있는가.'카드산업이 부실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면서 한국경제의 진로에 짙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극심한 영업환경의 악화 속에 전업카드사들의 누적손실이 3·4분기 들어 급기야 4조원 대를 넘어섰고, 카드산업의 펀더멘털을 흔들어온 연체율의 상승세는 진정될 기미조차 없다. 이 때문에 내년 초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정부의 낙관에도 불구하고 LG카드의 유동성 위기에 이어 카드업계 전체의 동반부실과 제2의 금융위기를 우려하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카드사 경영부실 갈수록 심화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카드(국민은행에 합병)를 제외한 8개 전업카드사들은 올 3·4분기에만 1조5,490억원의 적자를 내 올들어 9월말까지 누적적자가 4조1,449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1∼9월 1조711억원의 흑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영업실적이 5조원 이상이나 후퇴한 것이다. 카드사별로는 회원은행들의 실적을 별도로 집계하는 비씨만이 소폭(86억원)의 흑자를 냈을 뿐 삼성(-1조332억원) LG(-1조168억원) 우리(-8,898억원) 현대(-6,102억원) 외환(-4,106억원) 신한(-1,064억원) 롯데(-866억원) 등 7개사가 모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향후 경영여건의 선행지표나 다름없는 연체율(총채권 기준)은 9월말 현재 11.2%로 6월말(9.4%)보다 1.8% 포인트나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구나 이 같은 실적은 LG카드의 유동성 위기나 자산관리공사의 신용회복 프로그램도입이 본격화하기 이전의 상황이어서 4·4분기에는 적자폭이나 부실채권 발생률이 훨씬 급증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신규연체도 불안하다
금융당국은 다행히 연체율의 선행 지표성격을 갖는 신규(1일 이상 1개월 미만) 연체 발생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연체여건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8개 전업카드사의 신규연체액은 1월말 2조2,394억원에서 6월말 1조7,863억원, 9월말에는 1조1,584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 역시 긍정적 시그널로 보기는 힘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근의 신규연체는 1년 전 상황과는 달리, 모든 카드사들이'고객 걸러내기'작업을 통해 돈을 떼일 염려가 없다고 판단한 '우량회원'만 추린 상태에서 발생한 부실이기 때문이다.
대환대출 연체율도 급등
카드사들이 단기연체를 줄이기 위해 연체대금을 장기대출로 전환한 대환대출도 부실의 복병이다. LG카드는 10월말 현재 1개월 이상 대환대출 연체율이 25.94%로 9월(19.74%)에 비해 무려 6.2%포인트 상승했다. LG카드의 대환대출 잔액은 5조9,470억원이며, 1개월 이상 연체율은 11.40%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의 신용지원 프로그램 발표 이후 카드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하면서 부실채권이 다시 급속도로 늘고 있다"며 "연체율 개선을 위한 획기적 조치가 없는 한 위기탈출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우려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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