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을 계기로 추가파병을 둘러싼 사회적 공론이 한층 양극화하고 있다. 파병론자들은 저항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파병부대를 전투병 중심으로 편성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반대론은 아예 파병결정을 철회하고 서희·제마부대도 철수하라고 요구한다. 정부는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파병의지를 거듭 다짐했지만, 진퇴양난의 딜레마를 안긴 사태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언론이 테러를 비난하면서 파병을 독촉하는 것도 핵심을 비껴가긴 마찬가지다. 우리가 장악한 것도 아닌 넓은 게릴라 전장의 테러공격을 막을 방책을 요구하는 것은 공허하다. 또 수천 병력을 살벌한 전쟁터에 보내자면서, 국내의 테러 대비를 촉구하는 것은 한가하다. 이런 계제에 국회 조사단은 전투병과 비전투병을 혼성한 독립부대를 치안이 안정되고 한국에 우호적인 지역에 보내자고 제안했다. 스스로 몸을 떨며 체험했을 위험천만한 게릴라전 상황과는 동떨어진 지역을 억지로 상정하는 것은 무책임한 대국민 기만이다.
접점없는 논란에 매달리기보다 무리하게 추가파병을 단행한 뒤의 상황을 미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 전투병을 보내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지만, 게릴라전에 맞대응하는 데는 인명손실이 따른다. 또 일단 희생이 생기면 저항세력 소탕에 나설 것이고, 이들의 기반인 이라크 민중의 적대감을 높일 게 뻔하다. 미군처럼 장갑차량과 헬리콥터 등의 지원전력을 갖추기도 쉽지 않은 처지에서는 한층 어려운 곤경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여러 정황에 비춰 보면, 파병 강행론은 오로지 미국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에만 의지한 형국이다. 그러나 파병국 스페인과 폴란드가 나토에 이라크 치안책임을 넘길 것을 제안하는 등 이라크 정세는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모든 결정을 보류하고 사태를 지켜보는 것이 최선의 방책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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