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전파를 탔던 청량음료 오란씨의 CF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당시 광고에 출연한 모델이나 광고의 스토리는 전부 잊어버렸을지 몰라도, '하늘에서 별을 따다∼'로 시작하던 BGM(Background Music·광고 음악)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을 법하다.광고 음악의 기억은 그 만큼 강렬하다. 때문에 크게 음악과 영상으로 이뤄지는 광고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요즘에는 광고 음악만 모은 옴니버스 앨범까지 나올 정도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BGM은 어떤 음악들일까.
최근 유행을 타고 있는 BGM의 가장 큰 특징은 '라운지 음악'의 강세. 재즈, 힙합, R& B 등이 혼합된 일종의 퓨전 장르로 감각적이면서도 강렬한 비트가 특징인 라운지 음악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자리잡은 파티문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다.
라운지 음악을 BGM으로 사용한 대표적인 광고는 SK텔레콤의 스카이 뮤직폰 CF. 경쾌하면서도 딱딱 끊어지는 강렬한 비트가 인상적인 이 광고의 BGM은 미국에서 힙합의 여왕으로 통하는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Family Affair'다. 노트북에 빨간 립스틱으로 선을 긋고 지나가는 도발적인 여자의 모습을 담은 LG IBM CF에 사용된 음악도 'Yma Sumac'의 'Gopher Mambo'를 리믹스한 라운지 음악이다.
지난해부터 신세대들 사이에 '팬터지 코드'가 관심을 모으면서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음악도 인기 있는 BGM으로 떠올랐다. 투명한 유리 벽을 사이에 둔 채 애절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남녀의 모습을 그린 KTF EVER CF에 사용된 음악은 피터 가브리엘의 'Mercy street'. 1편이 인기를 끌자 최근 선보인 2편에서는 무려 1,000여 곡의 후보곡 중에서 엄선돼 스웨덴 출신 라센린드의 'c'mon through'. 세븐과 박정아가 신나게 춤 대결을 펼치는 삼성전자 애니콜 CF에는 디스코의 명곡 'Earth Wind & Fire'의 'Boogie Wonderland'가 BGM으로 흐른다.
소비자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가요 BGM 중에서는 올림푸스 디지털카메라 CF가 잇따라 히트 곡을 내놓고 있다. 1편 여름편에 사용된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은 CF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후 음반 판매량이 무려 5배 이상 치솟았다. 1편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선보인 2편 겨울편의 조관우의 '겨울 이야기'도 CF에 등장한 후 다시 히트곡 반열에 올랐다.
기존 음악을 사용하지 않고 광고 제작용으로 새롭게 만든 BGM 중에서는 '하늘 가득 사랑이∼'로 시작되는 대한항공 BGM과 '나에게 힘을 주는∼'으로 시작되는 LG카드 BGM 등이 인기. 특히 LG카드 BGM은 같은 곡을 윤도현, 체리필터, 이승철 등 다양한 가수들이 불러 다양한 변주를 시도했다. 포카리스웨트 CF에 3년째 사용되고 있는 일명 '포카리스웨트송'도 휴대폰 벨소리 등에 많이 사용되는 인기 BGM으로 꼽힌다.
광고대행사 오리콤의 이상훈 부장은 "웬만한 시각적 자극만으로는 소비자의 관심을 모을 수 없기 때문에 광고 음악이 그만큼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좋은 광고 음악은 브랜드 인지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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