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창원공장에 가면 다음과 같은 구호가 벽면에 붙어 있다. "5%는 불가능해도 50%는 가능하다."고정관념을 버리면 혁신의 길이 보인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혁신전략은 바로 이런 것을 겨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육시스템에 대한 전략만은 그리 '혁신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뀐 후에도 교육부총리들은 여전히 5% 개선에만 여념이 없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50% 혁신의 큰 그림'을 내다볼 수 있는 교육부총리는 발굴되지 못하였다. 우리나라에 그만한 사람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노무현 정부의 인맥이 그만큼 속 좁은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을 표방하고 나선 교육혁신위원회가 여전히 5%에 매달려있는 것만 보더라도 현 정부의 비전은 벌써부터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교육 혁신의 그림은 평생학습을 통한 학습국가건설에서 나온다. 우리 정부가 학교개혁에만 매달려 끙끙 앓고 있는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선진국가들은 세계교육의 경쟁력이 평생학습의 성패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이미 깨닫고 국가평생학습전략을 구현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통계청 추정에 의하면 대학을 포함한 학교교육 해당 인구인 0∼24세 인구비율이 현재 35.5%에서 20년 후에는 24.1%로 감소한다. 우리 교육인적자원부는 전체 인구의 4분의1을 위한 교육에만 매달려 있다. 나머지 4분의3에 해당하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사실 4분의3에 해당하는 국민들은 자녀 교육에 밀려 자신의 지식창고를 채우는 일에는 투자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학교교육을 위해 25조원을 국가가 쓰지만, 과연 성인들의 학습을 위해서는 몇 푼이나 쓰고 있을까?
대한민국은 '학습국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이다. 학습은 이제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40세만 되어도 벌써 지식이 바닥나는 국민을 통해서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성취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제 교육과 학습은 평생에 걸쳐서 해야 하는 일이며 국가 교육시스템은 평생교육시스템으로의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성공 사례로 드는 싱가포르만 하더라도 벌써부터 '학습하는 국가'(learning nation)를 위해 성인학습시스템의 개혁을 시작하였다. 영국과 호주, 일본, 미국 등도 평생학습지원체제 구축에 투자하고 있다.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대학에서 나이든 학생을 보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 되었다.
40대 전후로 첫 직장에서 퇴직해야 하는 사람들이 제2의 직업을 위해 지식을 재장전할 수 있는 기회가 국가 시스템을 통해 보장되어야 한다.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끊임없이 학습하며 지식 역량을 높여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학습국가는 국민 모두가 학습을 통해 성장하고 학습조직이 사회구성의 기초 원리로서 자리잡는 국가이다. 개방형 평생학습지원 시스템을 통하여 국민 누구나 다양한 방식으로 대학 이상의 기초학력과 실력을 가지고, 기업은 누구나 직업능력을 최대한 업그레이드하도록 지원하며, 지방정부는 지자체의 제1운영원리를 학습지원으로 설정한다. 시민들은 술 파티나 노래방 대신 함께 배움을 즐기는 일에 전념한다.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개편된 이유는 다름 아닌, 학교 문제를 넘어 국가의 총 학습역량을 챙기라는 뜻이었다. 이제, 대학입시는 대학에, 그리고 학교혁신은 시도 교육청에 넘기고 교육인적자원부는 국민의 총 학습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큰 그림'에 전념해야 한다. 교육부총리는 학습국가 프로젝트의 리더로서 20년 뒤 대한민국 총 학습역량 제고의 청사진을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것을 이끌어 갈 능력 있는 교육부총리가 필요하다.
한 숭 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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