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보통신부 산하 통신위원회에 접수된 민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초고속인터넷도, 이동전화 관련도 아닌 '온라인게임'과 관련된 것이었다. 대부분 자녀들이 부모 몰래 전화(060 ARS)로 온라인게임 이용료 결제를 하는 바람에 전화요금이 적게는 수만원에서 많게는 월 수십∼수백만원까지 나왔다는 내용이다. 게임업체에서는 부모들의 동의가 없었다는 것이 입증되면 이미 결제된 금액이라도 모두 환불해 준다. 그러나 매번 환불 요구를 하기도 번거롭고 자녀에게 아예 게임을 못 하게 할 수도 없다. 자녀들의 온라인게임 이용과 결제 지도법, 주의점을 알아본다.결제는 부모가 직접 해 준다
무엇보다 결제는 부모가 해 주는 것이라는 인식을 시켜야 한다. 전화로 결제할 때도 반드시 부모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교육시키고, 가능하면 유료 아이템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사이버머니를 직접 충전해 준다. 자녀가 평소에 하는 게임의 종류를 미리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할 때 팩스나 전화 등을 통한 부모의 사전 동의를 필요로 한다. 아이가 부모가 동의하지 않은 사이트에 가입해 결제를 했을 경우 환불 받을 수 있다.
청소년 전용 요금제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넥슨의 온라인게임 '아스가르드'와 소프트맥스의 '테일즈위버'는 어린이들을 위한 '스쿨요금제'와 청소년을 위한 '틴 요금제'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스쿨요금제는 오후 2∼6시만 이용할 수 있으며, 틴 요금제는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이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요금도 다른 요금제에 비해 저렴하다.
부모가 자녀의 온라인게임 이용을 통제하기 어려울 경우 KT(100번), 하나로통신(106번), 데이콤(083-100번), 온세통신(1544-0001번) 등 고객센터에 전화해 아예 060 서비스 이용을 차단할 수도 있다.
전화요금 고지서를 꼼꼼히 챙긴다
온라인게임 이용요금을 결제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무통장 입금과 신용카드 결제, 휴대폰이나 유선전화를 이용한 결제 등이 있다. 이 중 미성년자들은 대부분 유선전화(ARS)를 이용한다. 따라서 매월 전화요금 고지서를 확인하고, 특히 '정보이용료'가 평소에 비해 너무 많이 나오지는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만약 평소보다 너무 많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면 KT(100)에 전화를 걸어 정보이용료 사용 내역을 알아본다. KT측에서 정보이용료를 결제한 업체를 알려주면 해당 업체에 전화를 걸어 어느 게임에 대한 결제가 이루어졌는지 알아보고, 아이에게 해당 게임 결제를 한 적이 있는지 확인한다. 만약 아이가 부모 몰래 결제한 것이 확인되면 업체에 환불을 요구하면 된다. 그러나 아이가 이용하지도 않았는데 결제가 됐다면 사기를 당했을 수 있으므로 정황을 자세히 파악한다.
전화결제를 이용한 사기는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가해자는 사이버머니나 이벤트 당첨 등을 미끼로 어린이의 집 전화번호를 알아낸 후 060이나 080번호로 전화를 걸게 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상대방이 알려주는 승인번호를 누르면 가해자의 사이버머니가 충전되고 피해자 집으로 정보이용료가 부과된다. 이 경우에도 게임 업체에 사정을 설명하면 환불 받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 속지 말자
요즘 일부 어린이들은 부모 동의 없이 결제할 경우 업체들이 환불해 주는 규정을 악용하기도 한다. 일례로 '바람의 나라'를 이용하는 한 어린이는 '리니지'를 이용하는 친구와 짜고 서로 상대방 게임 요금을 자신의 집 전화로 결제했다. 한달 후 전화요금에 청구된 이용료를 보고 각자의 부모가 무슨 내역이냐고 묻자, 아이들은 서로 이런 게임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 부모로 하여금 각 게임 업체에 환불 요청을 하도록 했다. 부모가 환불을 받은 다음에도 계속 해당 게임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환불을 요청하도록 한 어린이도 있었다.
일종의 '소비자 모럴 해저드'라 불릴 만한 이러한 일은 의외로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심지어 성인이 자녀의 이름으로 등록, 게임을 이용한 뒤 자신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경우 사실이 밝혀지면 환불을 받지 못하므로 부모들은 PC 제어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자녀들이 실제로 어떤 게임을 이용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정부 "결제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미성년자의 게임 결제는 단순히 부모의 주의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게임 업체와 통신 업체, 결제대행 업체 등의 이해 관계가 맞물려 있는데다 정부의 가이드라인도 제시돼 있지 않은 것이 근본적 원인이기 때문이다.
게임 업체들은 자사의 게임에 대해 결제 한도를 정해 놓고 있으나, 자녀들이 여러 게임을 이용할 경우 의미가 없어지므로 통신 회사에서 회선당 결제 한도를 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KT와 하나로통신 등 통신 업체들은 전화교환 장비와 시스템의 문제 때문에 불가능하므로, 차라리 미성년자들이 유료 결제를 할 때마다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는 의료보험증 등을 통해 손쉽게 도용할 수 있는 것이어서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정보통신부의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게임업계는 정통부가 '20세 미만의 미성년자 유료 결제 시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만 내세울 뿐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세 미만 미성년자의 유료 결제 부분을 다루는 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는 아직 그러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매출이 줄어도 좋으니 게임업계가 사회로부터 욕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규제만 하기보다는 이해 당사자들 간의 중재를 통해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도출하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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