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들은 1일 오전 긴급 소집된 NSC 상임위를 전후해 일관된 목소리로 "이라크 한국인 피격사건이 정부의 이라크 파병 원칙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비인도적인 민간인 테러에도 불구, 추가 파병이라는 국제적 약속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갈 것을 천명한 것이다.그러나 한국인 첫 희생자가 발생한데 대한 정부의 충격과 고민은 매우 크다. 이번 사건이 파병 원칙을 바꾸지는 못할지라도 파병의 성격과 내용을 결정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공병·의료 등 기능부대 위주의 파병을 주장하는 소극론과 한 지역을 담당할 사실상의 다목적군 파병을 지지하는 적극론의 향후 입지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정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비인도적 민간인 테러에 맞서 강력히 대처할 것을 밝혔다"면서 "앞으로도 정부가 테러 때문에 물러서는 모습은 결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간인 테러에 대한 강력한 대처 방안이 무엇이 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다만 이라크 치안상황에 대한 섣부른 예측과 그에 따른 안이한 대처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졌다. 때문에 충분한 경비병력을 파견, 추가 파병 부대의 희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파병 내용이 결정돼야 한다는 적극론이 설득력을 얻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소극론의 입장에서는 파병될 기능부대의 안전 확보가 더욱 심각한 현안이 된 만큼 파병지역 선정 및 미군의 경비지원 확보 등을 위한 미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최대치'를 얻어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경우든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내려지기까지는 당초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의 불안정한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는데도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정부로서는 오히려 시간을 버는 것이 상황대처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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