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영화나 VHS비디오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비밀이 DVD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 DVD마니아들 세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은 다름 아닌 영상물 등급 심의과정에서 삭제되거나 가려진 장면을 DVD에서 원본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 비법들이 있다는 점이다.'늑대의 후예들 최종판(UE)' DVD에는 극장에서 가위질 당한 20분 분량이 다시 수록됐지만 여러 차례의 심의 보류 끝에 헤어누드(음모노출)가 나온 장면에는 검은 먹칠을 하고 출시됐다. 마니아들은 아쉬워했지만 영화를 볼 때 자막을 한국어에서 다른 언어로 바꾸면 무삭제 장면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10여분의 삭제장면을 담아 재출시된 '말레나 특별판(SE)' DVD. 모니카 벨루치의 몽환적인 아름다움이 눈부신 이 영화에도 헤어누드가 많이 등장하지만 DVD에도 해당 장면을 보지 못하도록 불투명 처리를 했다. 그런데 DVD플레이어에서 이 장면을 거꾸로 돌리면 가려진 장면이 없어져 영상이 고스란히 보인다.
이런 비밀은 이미 홍콩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마니아들에게까지 알려져 국내 인터넷 DVD쇼핑몰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황혼에서 새벽까지' DVD도 뱀파이어들이 사람을 물어뜯는 장면에서 아예 화면이 끊어진 듯 몇초간 검게 나오지만 뒤로 돌려보면 원래 장면을 그대로 볼 수 있다.
DVD에서는 몰래 훔쳐보는 듯한 이러한 희열은 결국 위헌 판정까지 받은 영상물 등급 심의의 고질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 유명한 일화지만 비디오에서도 전혀 문제 삼지 않았던 '포레스트 검프'가 DVD로 심의받을 때 톰 행크스의 음모가 살짝 보인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심의 보류를 받았다. 스탠릭 큐브릭 감독의 명작 '시계태엽 오렌지'를 비롯해 '한니발' '아이즈 와이드샷' 등의 DVD가 심의를 받지 못해 출시가 불가능하고 '슬리피 할로우'가 2년여 만에 심의를 겨우 받아 출시되는 안타까운 일도 모두 말이 많은 심의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DVD로 다시 편집돼 오히려 덕을 보는 사례도 있다는 것. 잔혹한 전쟁 장면이 추가된 '진주만 디렉터스컷'이나 20여분이 추가돼 전신 누드장면까지 담은 '아마데우스 디렉터스컷'은 미국에서 R등급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각각 15세이상, 전체 관람 등급으로 통과됐다. 이런 웃지못할 일들 때문에 DVD에서 '비밀'을 찾아내는 일은 당분간 DVD애호가들 사이에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DVD칼럼니스트 kim@journal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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