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일 삼성에버랜드 편법상속 고발 사건과 관련, 전환사채(CB) 저가 발행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관련자를 기소함에 따라 큰 파장이 일 전망이다. 아직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장남 재용(삼성전자 상무)씨에 대한 처리 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검찰의 관련자 기소는 국내 최대 재벌의 변칙적인 '부의 상속'을 단죄하기 위한 첫 수순이라는 점에서 검찰 수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의미와 배경
검찰이 장고 끝에 관련자를 기소한 것은 재벌가(家)에서 즐겨 사용해온 '비상장 주식을 이용한 경영권 편법 상속'에 대해 메스를 가하지 않고서는 재벌개혁은 이뤄질 수 없다는 여론의 압력에 굴복한 측면이 강하다.
물론 올해 초 최태원 SK(주) 회장의 워커힐 주식 맞교환 거래에 대해서도 기소를 하는 등 검찰의 비리척결 의지도 한 몫을 했다. 검찰의 이번 결정은 다른 재벌들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편법적인 부의 상속'은 처벌한다는 선례를 남겨 재벌의 투명 경영과 건전한 상속 문화 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의 사건 처리 과정은 그리 순탄치 만은 않았다.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 등 43명의 법학 교수가 이번 사건을 고발한 것은 무려 3년 6개월전. 최근 서영제 서울지검장이 "전임자들이 사건을 놔두었더라"고 고백한 것처럼 이 사건은 국내 최대 재벌을 상대한다는 점에서 검찰로서도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더욱이 법원이 SK 사건에서 워커힐 주식 맞교환 행위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함에 따라 이번 사건의 공소시효가 2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검찰로서는 피해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검찰은 이에 따라 특경가법상 배임죄의 공소시효를 이유로 사건 처리를 내년 이후로 미루려던 당초 계획을 포기하고, 참여연대와 고발인 등의 질타에 떠밀리는 형식을 빌려 사건 관련자를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수사 전망
향후 수사의 핵심 사항은 이 회장과 재용씨가 이 사건에 개입했는지 여부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피고발인이 모두 33명인데 이제 2명을 기소했다"고 밝혀, 검찰 수사가 제2라운드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특히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비상장 주식의 평가방법과 관련, 삼성에버랜드가 재용씨에게는 주당 7,700원에 넘겼던 주식을 다른 계열사와는 최소 8만5,000원에서 최대 23만원까지 거래한 결정적 증거를 포착했다. 검찰은 "자신들의 거래 내역에 비쳐봐도 주당 7,700원은 현저한 저가임에 틀림이 없다"고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향후 검찰 수사는 이 회장이 CB 발행 건을 지휘했거나 보고 받았는지 여부를 규명하는데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과 재용씨의 소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대검 비자금 수사에 이어 삼성과 재계는 다시 한번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삼성측이 CB 저가 발행 목적에 대해 "긴급 자금 조달용"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 이를 무력화할 단서를 찾는데도 힘을 쏟을 전망이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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