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3,000만달러 추가수수 의혹과 관련, 영수증 확보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던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이 "영수증 확인결과 송금액은 2,500만달러"라고 검찰에 알려온 사실이 밝혀졌다. 또 김 전 사장측이 영수증 확보 사실을 검찰에 통보한 바로 다음 날,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투신자살한 것으로 드러나 '영수증 확보'와 '정 회장 자살'간 연관성에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1일 본보가 단독입수한 김씨의 진술서 등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7월31일 변호인 자격으로 김씨와 함께 미국으로 출국한 조모 변호사는 8월3일 검찰에 전화를 걸어 영수증 확보 사실과 함께 "송금액은 2,500만달러"라고 통보했다. 조 변호사는 "관련자들이 300억원(2,500만달러)을 3,000만달러로 착각한 것 같다"며 "돈은 2000년 2월26일 스위스연방은행(UBS) 계좌로 송금됐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계좌번호와 송·수신인 등 상세 내용은 영수증에 나와 있으니 한국시간으로 8월4일 오전 9시께 팩스로 자료를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검찰에서 2일 밤 늦게까지 조사를 받은 정 회장이 4일 새벽 자살하면서 약속은 깨졌다. 8월6일 귀국한 조 변호사는 검찰측에 김씨의 영수증 제출 거부 의사를 전달했다. "정 회장 자살에는 현대상선 보호도 큰 이유가 된 것 같다. 영수증 제출로 송금 사실이 확인되면 현대상선에 대한 국제적인 디폴트(default·지급불능)가 선언되고 부도 위험이 있다"는게 이유였다. 그러나 영수증 제출 약속일자와 정 회장 자살 날짜가 일치하고 검찰의 종용에도 불구, 김씨가 아직도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점 등은 의문이다. 검찰 조사를 전후해 정 회장이 김씨와 연락, 영수증 확보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에 문제의 '2,500만달러 영수증'이 정 회장 자살의 직접 동기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편 "3,000만달러는 대북사업과 총선을 위해 권 전 고문에게 준 돈"이라는 정 회장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과 달리 김씨는 이 돈이 권씨에게 보낸 돈이라는 사실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7월26일 작성된 진술서에서 김씨는 "정 회장이 3,000만달러를 송금하라고 지시해 깜짝 놀라 '무슨 돈 입니까'라고 물었더니 '사업권에 투자하는 건데 틀림없이 회수가 될 거야' '보안유지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길래 박모 전무에게 이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특히 "송금할 즈음에 정 회장이 '대북사업권을 따면 통신분야는 현대상선에서 담당하면 될 것' 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3,000만달러가 대북사업과 관련해 지급되지 않았나 생각했을 뿐이고 총선자금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권씨 변호인측은 "김씨의 진술 어디에도 민주당이나 권 전 고문 얘기는 없으며, 검찰은 2월말에 총선지원금 200억원을 요청했다고 하지만 2월 26일 2,500만달러를 송금받은 바로 다음날 또 돈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냐"며 검찰 수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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