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삼성에버랜드 주식 편법상속 행위에 적용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배임이다. 특경가법상 배임은 피고인으로 인해 5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해야 성립되는 혐의다. 때문에 배임액수를 '5억원' 이상으로 확정했다는 것은 비상장 주식(에버랜드 주식)의 가치를 검찰이 나름대로 평가해 수치화 했다는 얘기가 된다. 검찰의 평가 기준은 당시 삼성 계열사들이 자체 평가한 최저액인 '주당 8만5,000원'.그렇다면 '비상장 삼성에버랜드 주식 1주=최저 8만5,000원'이라는 수사결론에 과연 법원은 동의를 할까. 비상장 주식 평가방식을 제시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기 때문에 검찰 기소내용에 적용될 만한 것은 하급심 판례 2개 뿐이다. 첫번째가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최태원 SK(주) 회장에 대한 1심 판결로, 법원은 당시 '비상장 주식을 평가할 유일한 방법은 없다'며 최 회장에 대해 피해액을 확정할 수 없는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법원은 경영권 확대를 목적으로 이사회도 거치지 않은 것을 배임으로 본 것일 뿐,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기준으로 주식을 평가했다"는 최 회장측 주장에 이의를 달지는 않았다.
반면 서울고법은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의 주주대표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수원지법의 1심 판결에 이어 "상속세법에 따르기보다는 실거래가 있었다면 실거래 가격으로, 그렇지 않다면 취득당시 가액과 매도 당시의 기업 가치 등 순자산가치로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상장 주식이라도 기업의 순자산가치(자산총계에서 부채총계를 공제한 것)를 주식총수로 나누는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판결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가 에버랜드 주식을 훨씬 비싼 값에 '실거래'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순자산가치를 평가할 필요도 없이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가 성립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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