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저가발행을 통한 변칙상속 고발사건과 관련, 검찰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관련자 2명을 불구속 기소함으로써 3년 6개월을 끌어온 이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검찰이 단순 업무상 배임사건의 공소시효(7년)를 하루 앞두고 기소한 것은 특경가법상 배임의 공소시효(10년)가 남아 있더라도 법원이 단순 업무상 배임으로 판단할 경우 공소기각 처리될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검찰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즉 이번 기회에 재벌의 변칙 편법상속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강한 의지가 숨어 있는 것이다.사건의 발단은 에버랜드가 96년 11월께 최소한 주당 8만5,000원 상당의 CB를 발행, 이건희 삼성회장의 장남 재용씨 남매에게 주당 7,700원에 배정하면서 비롯됐다. 에버랜드 측은 자본금 확충이 시급해 적법절차에 따라 전환사채를 발행했으며 재용씨는 제3자로서 배정받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법학 교수들과 시민단체 등은 이 회장이 주식을 장남에게 증여하기 위해 CB를 저가발행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이 회장과 주주 등 33명을 고발했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수사는 올 2∼3월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주식 부당 내부거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되자 비슷한 사안인 이 사건을 그냥 넘길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교수 43명과 경실련·참여연대 등이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검찰로선 어떤 형태로든 중간 매듭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우리는 이번 사건에 임한 검찰의 의지를 평가한다. 여러 압박 요인이 많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편법증여 차단의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은 대단한 용기다. 검찰이 엄정한 수사를 통해 투명하고도 합법적인 상속의 전통이 확립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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