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무전기 직원들에 대한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은 한국인임을 미리 알고 이뤄진 표적 공격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정부 고위 관계자는 1일 "이번 사건이 계획된 표적 공격일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그 동안 이라크에서 한국인을 위협하는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한국을 표적으로 한 것 같지는 않다"며 국민을 안심시켜 온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이 관계자는 표적설의 근거로 파병 예상국인 한국과 일본이 거의 동시에 피습 당했고 함께 일하는 이라크인들을 통해 현지 한국인들의 신상과 동선이 테러세력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점 등을 들며 "우리 국민은 물론, 현지 미군의 강력한 대처가 없을 경우 제2, 제3의 테러 표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무전기 직원들이 태극기 부착 등 국적표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항세력이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저항세력과 협조하는 이라크인들이 있다면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우리는 아닌 것 같다"는 희망 섞인 짐작을 무색케 하고 있다.
그 동안 한국을 향한 직간접적인 경고는 여러 차례 있어왔다. 10월23일 한국대사관 직원이 바그다드에서 무장괴한에 15분 동안 납치돼 "이라크를 떠나라"는 직접 경고를 받은 것은 물론, 저항세력의 활동이 크게 늘었던 라마단(이슬람 금식월) 기간에도 한국을 겨냥한 테러 경고가 잇따랐다.
지난달 12일 서희·제마부대 주둔지 인근에서 발생한 나시리야 이탈리아부대 폭탄테러나 지난달 21일 국회 현지조사단이 위기를 모면한 바그다드 팔레스타인 호텔 포격 역시 '한국 또한 사정권에 들어있다'는 경고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최근 저항세력은 막강한 화력을 가진 미군보다 오히려 미국에 협조하는 동맹국으로 테러의 목표를 옮기고 있다. 이른바 '소프트 타깃'으로 접근과 공격이 쉬운 비무장 또는 경무장 외국인이 주 대상이다. 오무전기 직원들은 물론, 지난달 12일 이탈리아 군경찰, 29일 변을 당한 일본 외교관 2명과 스페인 정보요원 7명이 대표적인 예다.
미군의 삼엄한 정찰을 피해 오무전기 직원들의 차량 한쪽 차문에만 수 십 발의 총탄 세례를 퍼부을 정도로 저항세력이 보인 여유도 치밀한 사전 기획 가능성을 보여준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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