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이 한창 진행중인 서울의 5개 저밀도지구 가운데 마지막 남은 반포지구가 정부의 9·5조치(재건축시장 안정대책)에 막혀 뒤늦게 추진한 재건축 사업이 난항에 빠졌다. 소형평형 비율이 30%에서 60%로 늘어나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해당 주민들은 반포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라며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하며 반발하고 있고, 정부와 서울시는 반포지구만 예외를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해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의 전체 아파트지구는 14개 지구 1,026만6,000㎡로 이중 저층 아파트로 구성된 저밀도 지구는 잠실, 반포, 청담·도곡, 화곡, 암사·명일 등 5곳 43개 단지 322만7,000㎡이다. 5개 저밀도지구는 다른 아파트지구와 달리 1996년 마련된 재건축 기준계획이 적용돼 용적률이 270%+15%(인센티브)까지 허용된다.
반포지구는 다른 4개 저밀도지구와 비교해 가구당 평균 소유 토지면적이 매우 넓다. 다른 지역의 평균 면적이 19.5평인데 비해 반포지구는 2배 가까운 38평. 또 여타 저밀도 지구와는 다르게 32∼64평형 등 중대형 단지도 혼재해 있다.
다른 저밀도 지구가 2000년도에 아파트지구개발기본계획을 확정 고시해 일찍부터 사업을 추진, 대부분 사업승인을 마쳤지만 반포지구는 작년 11월에야 기본계획이 확정, 재건축이 추진됐다. 반포지구 재건축은 이후 우선사업단지 선정을 놓고 경합을 벌일 정도로 사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해 이르면 내년 5월께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전망이었다.
그러던 중 소형 평형 60%이상을 못박은 9·5조치가 나오면서 반포지구 재건축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반포지구는 아직 사업승인이 나지 않아 이 조치의 적용대상이 된 것.
작년 11월의 기본계획에서는 소형평형 30%에 건립가구수를 종전 가구수의 1.421배까지 늘리도록 정해졌다. 즉 현재의 9,020가구가 재건축이후 1만2,818가구로 늘어난다.
이 가구수 한도 내에 소형평형 비율을 높이다 보니 소형을 제외한 나머지는 70∼80평대 이상의 대형평수로 지어야 하는 기형적인 구도가 되고 말았다.
또 나머지를 조합원들이 원했던 40∼50평형대로 지을 경우 허용 용적률 270%에서 40% 이상을 손해 보게 돼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조합에 따르면 이전 계획대로라면 반포2단지의 경우 18평형 소유주들이 38평형에 그대로 입주가 가능했는데, 용적률을 손해 볼 경우 32평 입주에도 7,000만∼8,000만원의 추가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것.
갑작스런 악재에 소유주들은 건설교통부, 서울시,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서초구도 지난달 19일 도시법제학회와 함께 반포지구의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주민들은 다른 저밀도지구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작년 11월의 기본계획이 그대로 적용되거나, 가구수 증가율을 높여 중형 평형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포주공2단지 이영득 조합장은 "9·5조치는 반포지역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은 조치로 똑같은 기준의 저밀도 지구 중에서 유독 반포만 불이익을 감수할 수 없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장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며, 뜻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시장 상대로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남의 집값은 기필코 잡겠다는 정부와 서울시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반포지구도 문제가 된 강남 부동산값 폭등의 한 축이었다"며 "형평성 측면에서 한 곳만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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