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표류로 국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칠 많은 법안이 묶여 있다. 현재 전기료에 자동 합산되는 KBS 수신료를 분리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도 그 중 하나다.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이 법안에 대해서는 두 갈래 시각이 있다. KBS의 공영성 확보를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시각과, 재정압박을 통한 한나라당의 KBS 흔들기라는 반대 입장이다. 법안의 배경에는 노무현 정부와 정연주 KBS사장 출범 이후 달라진 KBS의 보도형태에 대한 호오의 정서가 깔려 있는 것이다.원래 KBS 수신료 통합징수는 1994년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이 강력하게 추진한 제도다. 이제 입장이 바뀌어 한나라당은 분리징수를, 당시 통합징수에 반대하던 재야·시민단체들은 현 제도의 유지를 바라고 있다. 그만큼 정치적인 문제다. KBS는 새 경영진 출범 이후 일정 수준의 프로그램 개혁을 시도해 왔다. 이를 공정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과, 이념적으로 지나치게 편향됐다는 비판이 엇갈리면서 충돌하고 있다. 시비 자체가 KBS가 반성할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최근 언론·방송·종교계 등에서 개정안 철회 주장이 잇달고 있다. 이들은 KBS 수신료 제도로 방송을 통제하려는 정치적 발상을 비판하고 있고, 그 점에 대체로 공감하게 된다. 개정안은 공영방송 체제의 효율적인 운영보다는, 단기적 목표에 너무 집착하는 듯하다. 프로그램 문제는 심의기구를 강화하거나 경영진에 대한 인사제도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KBS가 상업방송화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는 국가의 방송정책, 혹은 언론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국민에게 더 큰 경제적 부담이 될 뿐 아니라,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도 우려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회에 KBS 발전을 위한 보다 심도있는 여론이 모아졌으면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