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인디아나 존스 박스세트 DVD가 전세계 동시 발매됐을 때 세계 DVD 관계자들은 일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종주국 미국에서 발매 첫 날 55만개가 나간 것은 그렇다쳐도 일본에서 이틀새 35만개가 판매된 것은 사건이었다. 그만큼 일본 DVD시장은 국내에 비할 수 없이 두텁다. 부러울 정도로 튼튼한 일본 DVD시장을 받치고 있는 한쪽 기둥은 바로 중고품 시장이다. 일본은 국내와 달리 중고 DVD거래가 활발하다. 신품 DVD 가격이 국내의 두 배인 평균 4,500엔(약5만원)으로 비싼 편이어서 자연 중고 거래가 활기를 띨 수 밖에 없다.최대 DVD·비디오 체인점 '쓰타야'
일본 중고 DVD 거래가 얼마나 활발한지 몸으로 직접 느껴보려면 쓰타야(Tsutaya) 체인점을 방문하면 된다. 일본 전역에 1,200개의 체인점을 거느린 쓰타야는 DVD CD 게임소프트웨어 판매·대여점.
도쿄에서 시부야 본점 다음으로 큰 곳인 신주쿠 쓰타야를 찾았다. 신주쿠 전철역 동쪽 출구 옆에 위치한 쓰타야는 6층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다.
1층은 신작 CD와 DVD를 판매하고 있으며 2층이 CD, DVD, 비디오 게임기용 타이틀을 중고로 판매하는 곳이다. 진열대를 가득 메운 중고 타이틀의 판매가격은 신품의 절반 정도인 평균 2,500엔선. 붐비는 사람들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니 영화부터 음악,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음란물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그러나 정작 놀라운 것은 4층 풍경. 5층까지 두 개층을 대여용 DVD가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일본은 이미 대여 시장이 비디오테이프에서 DVD로 완전히 넘어간 상태였다. 대여료는 1박2일의 경우 320엔, 2박3일은 420엔.
관계자는 "DVD를 빌려보고 마음에 들면 타이틀을 구입하는 사람이 많다"며 "중고 DVD를 구입하는 사람도 구매객의 40%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쓰타야는 대여 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나중에 DVD를 구입하면 포인트만큼 가격을 할인해 준다. 국내에서도 한 번쯤 검토해 볼 만한 방법이다.
중고품을 등급별로 판매하는 'U샵'
일본 관광을 가면 한 번쯤 들르게 되는 곳이 전자제품의 메카라는 아키하바라다. 용산전자상가처럼 각종 전자제품을 싸게 파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요즘은 CD, DVD, 게임 소프트웨어가 더 잘 팔린다. 가격도 쓰타야, 타워레코드, HMV 등 대형점보다 10% 이상 저렴하다.
아키하바라에서 유명한 중고 DVD점은 U샵(U-SHOP)이 꼽힌다. 대형 유통업체인 야마기와의 체인점인 U샵은 약 1만여종의 중고 DVD타이틀을 취급한다. 상태가 신품이나 다름없는 A급부터 낡은 E급까지 등급별로 가격을 차별화해 판매한다. 이곳에는 일본인 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한 번에 수십개의 DVD를 사들고 간다. 골목 사이에 자리잡고 있어 아키하바라 지리를 잘 모르면 찾기 어려운 점이 흠이다.
멀티샵 분위기의 '아소비트시트'
아키하바라 중심에 위치한 아소비트시트는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요란하다. 8층 건물을 층별로 나눠 CD, DVD, 게임 소프트웨어, 프라모델(플라스틱 모형), 책 등을 판매해 DVD부터 게임, 프라모델, 액세서리까지 좋아하는 관련용품을 한꺼번에 쇼핑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춘 곳이다. 이 가운데 2층과 7층에서 DVD를 취급한다. 2층은 신품과 중고 DVD 1만여종을 판매하고, 7층에서는 성인용 게임소프트웨어와 음란 DVD를 취급한다.
이처럼 알려진 매장 외에도 아키하바라에서 DVD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건물은 대부분 중고 DVD를 취급한다. 대중적인 인기작부터 발견의 기쁨을 주는 희귀 타이틀까지 다양하다. 신품과 중고의 공존. 그것이 막강한 일본 DVD시장의 비결이었다.
/도쿄=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