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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화유산 적절한 활용방안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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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화유산 적절한 활용방안 절실

입력
2003.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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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지 70년쯤 된 낡은 기와집이 있다. 지붕은 비가 줄줄 새고 대들보는 무너지려고 한다. 건축물로서 특별히 훌륭하거나 한 시대의 양식을 보여주는 집도 아니다. 허물고 다른 건물을 짓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집이 우리나라 현대문학의 중요한 인물이 살면서 작품을 썼던 곳, 더군다나 그의 흔적이 남아 있는 유일한 집이라면?최근 헐린 일제시대 소설가 현진건의 서울 종로구 부암동 고택이 그러하다. 그가 1943년 타계할 때까지 7년 간 살면서 소설 '무영탑' '흑치상지' 등을 썼던 이 집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 사건에 대한 반응은 이 집을 철거해 버린 소유주와 이를 막지 못한 관계 당국의 소홀을 비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할까. 엄격한 규제와 보호 대상인 문화재도 아닌데 소유주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건 무리인 데다 관계 당국이 문화유산 전부를 일일이 챙기기도 어렵다.

따라서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보전할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소유주 스스로 보호하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파괴하기보다 살려서 잘 활용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도록 구체적 활용방안을 제시하고 적절한 지원도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인섭 성균관대 건축과 교수는 "그 동안 문화유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외침만 높았지 구체적 현실에 맞게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은 별로 없었다"며 "전문가들이 나서서 문화유산을 보전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근대문화유산 활용의 좋은 사례로 일제시대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현 부산근대역사관), 구 벨기에영사관(현 우리은행 사료관), 구 서북학회 회관(현 건국대박물관 상허기념관) 등을 꼽는다.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흔적이 배어있는 유서 깊은 건물들이다.

그러나 근대 건축물 중 간신히 헐릴 위기에서 벗어난 것도 대부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소설가 이상(1910∼37)이 생애의 대부분을 보낸 서울 종로구 통의동 한옥. 이 집은 지난해 12월 김수근문화재단이 사들여 일단 철거는 면했지만, 마땅히 관리할 주체를 찾지 못해 '이상의 집' 이란 문학사적 가치와는 전혀 관계없이 한 컴퓨터업체가 임대해 사무실로 쓰고 있다. 김수근문화재단은 이 집을 '이상 기념관'으로 꾸며 문화예술 관련단체에 위탁 관리할 계획이었다.

자연·문화유산 보호 시민운동 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사들인 미술사학자 최순우(196∼1984)의 서울 성북구 성북2동 한옥도 상주·관리 문제가 숙제로 남아있다. 이 집은 최순우기념관으로 꾸며져 내년 봄 개관할 예정이지만 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가 문제다.

문화재보호법은 건물이나 시설 등 근대문화유산 중 지정문화재는 아니지만 보전할 가치가 있는 것을 등록문화재로 보호하고 있다. 등록문화재는 외관은 4분의 1까지, 내부는 일상 생활에 맞게 얼마든지 고쳐 쓸 수 있으며 수리비 보조와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등록문화재 제도는 비지정 문화재, 특히 도시개발 등으로 헐리거나 훼손되기 쉬운 근대문화유산을 지키고 나아가 박제 상태가 아닌 일상에 살아 숨쉬는 역사로서 기억되게 하는 좋은 장치이다. 하지만 인식 부족과 해당 유산의 활용 방안 미흡으로 소유주들이 문화재 등록을 꺼리고 있으며 활용도 저조한 편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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