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카드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이 회사가 7, 8월 발행한 후순위채권에 대한 투자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발행가 1만원짜리 후순위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가격이 절반 가량 떨어졌기 때문에 싼 값에 살 수 있는 기회라는 주장과, 후순위이기 때문에 LG카드가 부도 날 경우 원금을 떼일 수 있어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위기가 기회이다"-매수 추천
LG카드는 자금조달을 위해 7월과 8월에 각각 3,000억원씩의 후순위 CB와 BW를 발행했다. 만기 5년6개월 동안 총 49.54%(CB)와 42.34%(BW)의 높은 금리를 보장해 CB의 경우 청약경쟁률이 5.03대1에 달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 LG카드가 유동성 위기를 겪자 CB와 BW는 채권시장에서 지난달 28일 각각 5,800원과 5,400원까지 급락했다. 1일에는 LG카드가 상한가로 급반등한데 힘입어 각각 6,200원과 5,597원으로 오르며 그간의 낙폭을 다소 만회했다.
두 채권의 가장 큰 매력은 지금 투자하면 싼값에 상품을 살 수 있는데다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안정적인 고금리를 보장받을 있다는 점. 일부 금융 전문가들은 "위기가 기회"라며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두 채권에 관심을 가질만하다고 주장한다. LG카드도 1일 "부도나 법정관리 등 최악의 상황만 아니라면 원금을 전액 보장하고 이자도 정상적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심우성 아시아선수촌 프라이빗뱅킹(PB)센터 PB팀장은 "현재 두 채권의 시장가격은 LG카드의 유동성 문제를 감안해도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며 "신규 투자자는 소규모 투자를, 기존 채권 보유자는 계속 보유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팀장은 매수 추천 근거로 채권단의 지원 등을 통해 LG카드의 존립 가능성이 높고, 채권의 투매현상이 아직 없는데다 향후 내수경기가 회복돼 카드 연체율이 하락할 경우 LG카드가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후순위채 위험 감안해야"-신중론
이에 비해 다른 전문가들은 후순위채권이 발행회사가 잘못됐을 경우 일반 채권에 비해 상환 순위가 뒤지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LG카드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에 두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 시세차익을 남기는 것도 어려워졌다. LG카드 주가는 최근 6,000∼7,000원대로 떨어졌지만 LG카드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가격은 CB가 주당 1만7,713원, BW가 1만4,700원으로 주가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보면 기업이 채권단 공동관리로 들어가도 개인 투자자에 대해서는 원리금을 정상 지급했다"며 "문제는 법정관리나 화의절차를 밟을 경우 채권 채무가 모두 동결되기 때문에 원리금을 떼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법정관리나 화의 등 LG카드의 디폴트(지급불능) 여부가 투자의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윤영환 연구위원은 "채권단 공동관리의 경우에도 후순위채권까지 원리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는 채권단이 최종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며 "LG카드 매각시 감자여부와 후순위채권 보호여부 등 여러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후순위채권에 투자는 LG카드의 유상증자와 매각 과정 등을 지켜본 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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