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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액츄얼리/"총천연색 사랑"… 아름답고… 안타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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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액츄얼리/"총천연색 사랑"… 아름답고… 안타깝고…

입력
2003.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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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공통점은? 여성 관객을 푹 빠지게 하는 매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인색한 평론가들의 호평까지 거둬 들인 로맨틱 코미디의 '귀족'이라는 점이다.세 영화는 모두 영국의 워킹타이틀 영화사가 시나리오 작가 리처드 커티스와 손잡고 만들었다. 이들이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자 의기양양해진 커티스는 이번에는 아예 감독까지 맡았다. 크리스마스 5주 전부터 크리스마스까지의 사랑 얘기를 모은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는 한마디로 워킹타이틀이 내놓은 로맨틱 코미디의 최종 정리판이자, 종합선물세트이다.

미국 영화데이터 베이스 IMDB는 이 영화에 10점 만점에 7.9점, 시니컬한 영화 사이트 로튼토마토 역시 신선도 69점을 매겼다.

'휴일에 먹기 딱 좋은 음식 같은 영화' '따스한 진심을 가진 성인을 위한 휴일용 영화' 등 외국 평론가들의 평에 하나 더 붙인다면 '124분 간 사랑의 내분비물 도파민 세례를 받을 수 있는 영화' 정도가 딱 좋을 것 같다.

어떤 영화?

단점은 출연자가 너무 많다는 것. 그 많은 출연자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미소의 황제로 불러도 좋을 휴 그랜트, 휴 그랜트의 '귀족' 버전인 콜린 퍼스, 고상한 아름다움의 엠마 톰슨, '슈팅 라이크 베컴'의 깜찍한 영국인 축구 소녀 키라 나이틀리. 여기에 카메오 빌리 밥 손튼, '미스터 빈'의 로완 앳킨슨, 세계적 모델 클라우디아 시퍼, 미국의 섹시 스타 데니스 리처드. 단점이라 하기엔 너무 화려하다.

이 다양한 출연자를 묶는 키워드는 당연히 '사랑'이다. 물론 사랑은 사람만큼이나 다양하다. 소탈한 신임 총리 (휴 그랜트)와 식음료 담당 비서 나탈리(마틴 맥커친)의 사회적 지위를 초월한 사랑, 포르투갈어를 하지 못하는 영국 소설가(콜린 퍼스)와 영어 못하는 가정부의 말이 통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랑이 골격이다. 여기에 모양과 색깔이 다른 다양한 사랑의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의붓 아들의 짝사랑 해결사로 나서면서 진정한 부성애를 느끼 는 새 아빠(리암 니슨), 짝사랑하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낼 기회를 얻고서도 정신병자인 오빠를 위해 이 기회를 포기하는 사라(로라 리니),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면서도 마음 속에만 담아두는 남자, 남편의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발견하지만 크리스마스 선물로 CD를 받고 슬픔에 젖는 캐리(엠마 톰슨)…. 한물 간 데다 못 말리는 말썽꾸러기인 로커 빌리가 꿈 같은 영광의 순간 오랜 세월 동료로 지내면서 구박만 했던 뚱뚱하고 못생긴 매니저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느끼는 등 전혀 다른 질감의 사랑 얘기 역시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사랑 타령이 아니라 '사랑은 어느 곳에나 있다'(Love Actually Is All Around)는 영화의 메시지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4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워킹타이틀사 로맨틱코미디 공식

'러브 액츄얼리'는 워킹타이틀사가 만든 로맨틱 코미디의 완결판이다. 이 때문에 이미 전작을 많이 본 관객에게는 '자기 복제'의 실망감을 안길 수도 있지만 '러브 액츄얼리'를 포함, 이들이 제작한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가 갖추어야 할 영화 공식의 교과서다.

#1.신데렐라는 뚱뚱해야 맛이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70㎏에 육박하는 '뚱녀'가 어떻게 매력녀로 탄생하는가를 그렸다. '러브 액츄얼리'에서도 총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아버지로부터로 '꽃돼지'로 불리고, '제기랄'을 입에 달고 사는 나탈리(마틴 맥커친). 이 배우는 드라마 출연 경력이 전부인 신인 연기자. 영화 스스로 '뚱뚱한 신데렐라'를 탄생시킴으로써 로맨틱 영화를 보며 현실과는 먼 주인공에 거리감을 느꼈던 관객의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한다.

#2. 완벽한 편집 음반을 만들어라

영화를 '듣는다면' 한 장의 완벽한 컴필레이션(편집) 음반이다. 미국에 휘둘려 '푸들'이라는 별명을 얻은 블레어 총리를 겨냥한 듯, '러브 액츄얼리'의 총리는 미국 대통령에게 일격을 가해 자존심을 세운다. 그를 위해 청취자가 신청한 '점프'(포인터 시스터스)가 흘러 나오면 휴 그랜트는 군살 없는 몸매를 뽐내며 춤을 춘다. 여성 관객은 쓰러진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에 쓰여 크게 히트한 ' '의 'Love Is All Around'를 배우 빌 나이히가 'Love'를 '크리스마스'로 살짝 바꾸어 불렀다.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아내가 틀어 놓은 캐나다의 싱어송 라이터 조니 미첼의 'Both Sides Now'를 비롯, 'All You Need Is Love'(비틀스), 'All I Want Is Christmas For You'(머라이어 캐리)의 리메이크 곡까지 두루 갖춰 올해 나온 OST 중 손꼽을 수작이다.

워킹타이틀은 이미 '노팅힐'에서 엘비스 코스텔로의 'She', 빌 위더스의 'Ain't No Sunshine' 'How Can You Mend A Broken Heart',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아레사 프랭클린의 'Respect', 다이애나 로스와 마빈 게이의 'Stop, Look, Listen(To Your Heart)'으로 '진가'를 발휘한 전력이 있다.

#3. 못난이에게 따뜻한 시선을

'노팅힐'에는 엉뚱한 글자가 쓰인 T셔츠를 입고 매일 빈둥거리던 윌리엄 데커(휴 그랜트)의 친구 스파이크가 나왔다. '러브…'에는 "미국 여자들은 나의 영국식 액센트에 맛이 갈 것"이라고 장담하는 샌드위치 배달청년이 나온다. 스파이크가 별 소득이 없었던 반면 이 청년은 미국에 가서 여자들에게 환대를 받는다. 엉뚱한 크리스마스용 리메이크 곡이나 부르는 퇴물 로커 빌 나이히가 히트 차트 '넘버 1'에 오르는 것도 특별한 설정이다. 멍청하고 못난 '루저'(Loser)들에게 바치는 크리스마스 선물일까?

#4. '메이드 인 영국' 티를 내라

'투 윅스 노티스'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초라한 큐빅 같던 휴 그랜트는 워킹타이틀 영화에서는 다이아몬드처럼 빛난다. 상대 배역, 연출력도 그렇지만 그의 매력을 받쳐주는 영국식 유머가 제대로 살아나기 때문이다. "적령기를 지난 노처녀가 마음에 드는 상대와 결혼할 확률은 원폭에서 살아남을 확률과 비슷하다'('브리짓 존스의 일기'), "배우가 좋겠다구요? 코와 턱을 수술했고, 배 불리 먹는 게 소원이라구요"('노팅힐), "얘들아 마약 절대 사지 마라, 스타가 되면 공짜로 생긴단다"('러브 액츄얼리') 식의 신랄한 유머는 무기 중의 무기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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