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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화유산 보호장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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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화유산 보호장치 시급

입력
2003.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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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술 권하는 사회' 등의 걸작을 남긴 소설가 현진건의 고택(서울 종로구 부암동)이 최근 헐려 버린 사건을 계기로 근대문화유산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로서는 등록된 문화재라도 소유주가 없애려고 하면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어 이런 일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다. 현진건 고택은 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아니지만 보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현행 문화재보호법은 국보·보물·사적 등 지정문화재가 아닌 것 중 보전할 가치가 있는 건물과 시설 등 근대문화유산을 문화재로 등록해 보호하도록 돼있다. 등록문화재 제도는 개정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지정제도의 보완조치로서 2001년 7월부터 시행돼 왔으며 현재 서울 남대문로 한국전력 사옥 등 65건이 등록됐다.

문제는 등록문화재의 현상변경은 물론 철거까지도 신고만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지도·조언·권고에 그친다. 강력한 규제를 통해 원형 그대로 보전하는 지정문화재와 달리 등록문화재는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관을 크게 바꾸지 않는 한 내부는 마음대로 고쳐 쓸 수 있다. 이처럼 느슨한 조치는 문화재 범위를 넓히고 보호방법을 다양화해 보다 많은 문화유산을 후대에 전하려는 것이지만 소유자의 자발적 보호 의지가 없는 한 멸실·훼손을 막을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문화재청은 등록문화재 제도의 이런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12월5일 공청회를 연다. 법제 개선안을 비롯해 등록문화재의 활용방안, 개념과 대상 확대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이날 법제 개선안을 발표할 김창규 한국전통문화학교 문화재관리학과 교수는 "근대건조물의 파괴를 최소화할 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구체적 방안으로 그는 "지정문화재의 가지정 제도를 원용한 예비등록 제도, 해당 건축물 멸실 신고시의 사전심의제 등을 도입하고, 근대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에 앞장서는 민간단체를의 활동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개별 한옥의 보호방법으로 등록문화재 제도의 활용을 제안한다. 현재 한옥마을 등 집단적 전통건조물은 중요민속자료 지정 또는 지자체 조례로 보호할 수 있지만, 개별 한옥은 보호장치가 전무하다. 전통건조물보호법이 있었으나 재산권 제한, 생활 불편에 대한 소유주들의 반발로 실효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1999년 폐지됐다.

아울러 등록문화재의 등록기준을 완화하고 수리비 국가보조의 원칙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등록기준은 지정문화재의 엄격한 지정기준과 큰 차이가 없어 상당수 근대문화유산이 보호 대상에서 누락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등록문화재를 등록할 때 중요부분을 지정해 등록하고 이 부분의 수리 경비만 지원함으로써 훼손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모든 법적 장치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유산을 지키려는 시민의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아직까지는 등록문화재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소유자들이 등록을 꺼리고 활용도 저조하다. 문화재로 등록되면 재산권 행사에 불리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탓이다. 등록문화재를 잘 활용하면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것보다 이득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도록 구체적 활용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전문가들의 몫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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