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기업별, 정당별 혐의가 속속 드러나면서 가속도가 더해가고 있다.삼성 LG 현대자동차 3개 그룹의 비자금 조성혐의에 대한 수사는 상당히 구체화된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번 수사에서 이들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라는 것이 검찰 내외의 공통된 인식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용두사미' 등 큰 수사 때마다 꼬리표로 따라붙었던 부실수사 공방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들 3개 기업 수사에서 큰 승부가 나야 한다.
검찰은 이미 SK처럼 불법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를 대선자금으로 제공한 케이스 적발을 이번 수사의 궁극 목표로 적시했다. 재계의 불만과 반발을 무릅쓰고 강행한 수사인 만큼 검찰은 누가 봐도 이론의 여지가 없는 '과오'를 입증해 수사의 정당성을 확인 받고 싶어하고 그 대상은 '대어(大魚)급'이어야 한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이번 수사에서 3개 그룹 외 나머지 기업 수사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상징성이 큰 삼성에 대해 검찰은 두 갈래 비자금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주초 삼성전기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 납품업체와의 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혐의에 대해 분석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임직원 3명의 명의로 민주당에 편법 제공한 후원금 3억원의 출처는 삼성전기와는 무관한 별도 비자금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3억원이 빠져 나온 비자금 저수지의 규모에 따라 삼성이 처할 곤경의 강도도 달라진다. 검찰은 명의를 빌려준 안복현 제일모직 사장, 이대원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을 소환 조사했고 소병해 삼성화재 고문에 대해 이번주 소환을 통보하는 등 빠른 수사속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지주회사인 현대모비스 박정인 회장, 비자금 조성루트로 지목된 현대캐피탈 이계안 회장에 대해 대질조사가 이뤄지는 등 혐의가 특정된 단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초기 가장 집중적인 조사 대상으로 관측됐던 LG는 최근엔 다소 잠잠해 졌으나 그룹총수 중 유일하게 구본무 회장이 출국금지 됐다는 점에서 언제든 다시 수사의 핵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
정당쪽은 한나라당 계좌추적이 당면의 관심사다. 자료를 일찍 제출한 민주당의 경우 검증이 대부분 이뤄졌고 크게 문제될 사안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불법 대선잔여금의 입금 사실이 밝혀진 데다 차명계좌 관리 가능성에 대해 검찰이 관심을 늦추지 않고 있어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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