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 대표는 1일 박관용 국회의장을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김원기 열린우리당 의장, 김종필 자민련 총재를 잇따라 예방한다. 조 대표는 또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을 면담하고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도 찾아갈 것으로 전해졌다.취임 인사를 겸한 조 대표의 '순례'에 따라 민주당은 자연스럽게 극한대치 정국 속에서 조정, 또는 중재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 대표도 갈등의 한 축이 되기 보다는, 해결사 역할을 맡아 민주당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그가 30일 첫 상임중앙위원 회의에서 "벼랑 끝 정치는 안된다. 민주당이 나라를 위해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조 대표는 우선 '선(先) 국회복귀, 후(後) 특검법 논의' 카드로 한나라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있고, 청와대에 대해서도 "재신임을 즉각 철회하고 정치 정상화에 협조하라"고 압박했다. 당 관계자들은 "한나라당의 생떼정치와 청와대의 오기정치 사이에서 민생정치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 같은 조 대표의 태도로 벌써부터 위상이 달라졌다는 말도 나온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이날 김경재 김영환 상임중앙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당이 주도해 특검 문제 등을 잘 이끌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 총장은 조 대표를 예방하려다 "격이 맞지 않는다"는 민주당내 의견에 따라 방문 1시간 전에 거절을 당했다. 김원기 의장도 "그가 찾아온다면 말을 경청하겠다"며 조 대표를 각별하게 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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