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가인 피터 린치의 일화 중 하나. 1980년대 중반 이후 각광을 받기 시작한 일본 주식 시장에 관심을 갖고 일본을 방문 중이었던 피터 린치는 유명 증권사 영업 담당 임원과 면담을 하게 됐다. 그 임원은 특정 기업의 주가가 그 해 연말에 얼마로 되어 있을 것이라고 가격까지 정확하게 예언하며 한번 지켜볼 것을 당부했다. 여기까지는 브로커가 항상 하는 일상 대화 수준이다.그런데 피터 린치가 귀국해 연말에 그 주식을 보고 있자니 정말 그 임원이 말한 대로 그 가격까지 주가가 올라가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피터 린치는 그것을 보고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했다고 한다. 시장에서 주가를 예언하고 상승 시기까지 알아맞히는 '누군가(someone)'가 있다면 결국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얘기인데 결과가 좋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는 정당한 가치 투자와 불공정한 거래 관행 사이의 충돌로 바뀌게 된다. 일본 증시는 그 후 4만 엔 대를 육박하다 13년 동안 하락의 길을 걷고 최근에야 겨우 숨을 쉬기 시작하고 있다.
그 일본 증권사의 임원은 지금도 자신이 그렇게 좋은 정보를 주었고 한편으로는 시장을 지배하는 힘까지 보여준 것인데 왜 피터 린치가 돈을 싸 들고 들어오지 않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증시 역시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부 정보를 갖다 주고 족집게처럼 주가를 맞추는 이런 누군가(someone)에 대한 기대와 미련에 목말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그 '누군가'에 해당하는 사람이라고 목청 터지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나타나게 된다. 그런 시장에서 일반 투자자는 가격 형성 과정에서 소외되어 있고 도대체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몇 번 뜨겁게 데이고 나면 지쳐서 증시를 떠난다.
증시도 국가별로 잘 되는 나라가 있고 잘 안 되는 나라가 있다. 미국인들의 금융 자산 중 주식은 30%를 넘지만 일본은 5.9%, 한국은 6.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우리의 경우는 85년의 12.1%에서 계속 하락한 결과라고 한다. 앞으로 예상되는 강세장에서 이 숫자는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체질의 개선 없이는 원래의 숫자로 회귀할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그 후유증이 일반 투자자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jcyb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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