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아우들이 해냈다.'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한국청소년축구대표팀(20세 이하)이 전차군단을 격파하고 16강 진출은 물론 멕시코 4강 신화 재현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관련기사 B15면
한국은 30일 새벽(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알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F조 1차전에서 좌우 미드필더인 이호진과 이종민의 연속골로 독일을 2―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해 한일월드컵 준결승전에서 형님들이 당한 패배를 설욕하며 승점 3점을 확보,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또 큰 경기때마다 첫 경기에서 고전하는 징크스도 날려버렸다.
독일은 이날 경기 시작과 함께 '선(先)수비 후(後) 역습' 전술을 펴는 한국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스트라이커 루드비히의 오른쪽 침투와 위력적인 슈팅이 터지면서 위험한 고비가 몇차례 계속됐다. 하지만 전반 중반 이후 한국의 포백라인(네 명의 수비수를 두는 것)이 안정되면서 상대의 측면 공격을 잘 막아내 0―0으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 들어 공세로 전환한 한국은 2차례 찾아온 역습의 기회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 대어를 낚았다. 몸놀림이 좋은 이호진(성균관대)은 후반 6분 상대 수비수 맞고 넘어온 볼을 받아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보고 달려들며 오른발로 슛, 선제골을 뽑아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후반 25분 이종민(수원 삼성)을 앞세워 실점 만회를 위해 서두르는 독일을 기습 공략,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수비진영에서 찔러준 볼을 받아 하프라인에서 상대의 아크 정면까지 치고 들어간 이종민은 김진규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골키퍼를 따돌린 뒤 오른발 슛, 추가골을 신고했다. 독일은 만회골을 잡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한국의 밀집수비와 골기퍼 김영광의 선방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은 3일 새벽 1시30분 파라과이와 조별리그 2차전(KBS1 TV 생중계)을 갖는다. 파라과이를 이기면 16강 진출이 확실시된다.
이에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한국과 같은 조의 미국이 파라과이에 3―1로 역전승,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했다. D조의 일본은 후반 9분 터진 사카다 다이수케의 결승골로 강적 잉글랜드를 1―0으로 눌러 돌풍을 예고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파라과이 넘으면 4강 눈앞에
'멕시코 4강 신화가 이번에는 이루어질까.' 한국 청소년축구대표팀이 30일 강호 독일을 꺾음에 따라 벌써부터 20년만의 4강 진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실 한국은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박종환 감독의 지도로 '4강 신화'를 달성한 이래 지금까지 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는 신통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1991년 포르투갈 대회에서 사상 처음 남북 단일팀으로 참가, 8강까지 올랐지만 브라질에 1―5로 대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됐다. 이후 지금까지 본선에 진출한 뒤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거나 지역예선에서 고배를 들었다.
때문에 이번 대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대회 F에 속한 한국은 당초 독일과 최소한 비겨 첫 승점(1점)을 따내고 2차전 파라과이를 제물로 16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어느 때보다 낙관적이다.
이미 승점 3을 확보, 파라과이 및 미국과의 남은 조별리그 2경기에서 승점 1(무승부)만 추가하면 조 3위 6개팀 중 4개팀까지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대회방식을 감안할 때 16강 진출은 무난할 전망이다.
물론 대회 개막과 함께 이변이 속출하고 있어 마지막까지 안심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독일은 F조 최강으로 꼽혔고, 한국과 파라과이가 조 2위를 다툴 것으로 보였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의외였다. 최하위로 점쳐졌던 미국이 파라과이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둬 상승세를 타고 있고, 한국도 독일을 넘어섰다. 반면 독일은 주력 선수 7명이 빠진 공백이 전체적인 조직력 누수로 이어져 고전이 예상된다. 다른 조의 상황도 예측 불허다.
결국 한국으로서는 3일 새벽 열리는 조별리그 2차전 파라과이와의 경기가 4강 목표를 향한 첫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에 진 파라과이가 배수진을 치고 나올 것으로 보여 한국에게는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된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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