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용가치만 따지는 인간관계는….정승댁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많지만 정승 자신이 죽으면 개도 문상을 오지 않는다고 한다. 개그 같은 이 한 마디는 인간관계와 그 효용가치의 냉엄함을 비꼰 한국적 풍자다.
장례식에서만이 아니라 결혼식에도 그런 인심이 그대로 나타난다. 정치인 자녀의 결혼식에 가보면 그가 실세인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다. 하객의 숫자가 아주 정확히 그 정치인이 아직도 기세등등인지 낙동강 오리알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나타난 이러한 세태 반영은 인간관계가 얼마나 효용성 위주로 이루어지는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힘 많은 사람이나 돈 많은 사람의 가족이 죽으면 장례식은 요란해지는데 그 본인이 죽으면 장례식은, 그 인간 언제 보았느냐 식으로 쓸쓸해진다.
그러나 예외가 한 가지 있다. 분명 돈도 없고 지위도 없는 사람이 죽었는데 그 빈소가 실세의 장례식보다 많은 문상객으로 번잡하다는 사실이다. 그는 돈도 명예도 '빽'도 줄도 없다. 있다면 친구가 있다. 있어도 아주 많이 있다. 그것 한 가지가 그가 살아서나 죽어서나 외롭지 않을 수 있는 이유이다.
같은 조건의 출발에서도 성패가 갈라지니….
30대에 홀로서기를 시도했다가 10억여원의 빚을 지고 주저 않은 A는 직장인 경력 10년. "구조조정이니 명퇴니 꼭 나더러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았어요." 그 소리가 듣기 싫어 자주독립을 선언했다가 씁쓸한 패배를 안고 지금 빚쟁이들을 피해 잠수중이다.
역시 직장인 경력 10여년 만에 명함철 50여개만 달랑 들고 창업을 시도한 B는 자본금도 별로 없는 홀로서기를 시도했지만 그 부인조차 성공 가능성을 의심할만큼 불안한 출발이었다.
그러나 그는 뜻밖에도 지금 성공하여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여기서 A와 B를 비교하는 이유는 두 사람이 거의 비슷한 조건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아니 출발 조건이야 B가 오히려 불리해 보였다. 거의 맨손으로 시작했으니까. 거기에 비하면 A는 퇴직금에다가 아버지와 처가에서까지 자금지원을 받는 편이었는데도 실패했다.
놀기 좋은 친구보단 어려움 나누는 친구라야….
B가 성공한 이유를 나는 그의 친구들에게서 찾는다. 직장인 시절의 인간관계에서 찾고 싶다. A도 B 이상으로 친구가 많았지만, 친구의 많고 적음이 사업성패의 주요 원인은 아니다.
A는 비교적 부유하게 자라나 10대, 20대를 거치는 동안 외국여행 등 견문도 많이 넓혔고 친구도 많이 사귀었지만, 절실히 가슴으로 사귀기 보다는 주로 즐기고 마시고 여자친구 사귀는 일에 함께 한 친구들이었다.
술친구, 고스톱친구, 외도친구 자랑 말라. 즐거움만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도 친구지만 진짜 친구는 어려움을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세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두 친구처럼 '어려울 때 가슴살 1파운드를 떼어줄 수 있는 친구' 가 진짜 친구다. 죽을 때 유언을 남기고 싶은 친구가 몇 있는가? 유산을 남겨주고 싶은 친구는 몇이나 있는가?
없다면 찾아 나서라. 세 사람이면 족하다. 그런 친구 셋만 있으면 인생은 전혀 어렵지 않다. 30대가 넘어가기 전에 그러한 진짜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만들어야 한다. 그 이후엔 너무 늦다. 죽을 때까지 갈 수 있는 친구를 찾아 나서라. 남자의 인생은 어쩌면 친구찾아 한평생일지도 모른다.
/한국네트워크마케팅협회회장 smileok@knma.or.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