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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치정국, 대화로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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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치정국, 대화로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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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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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 강행과 그에 대한 거부로 빚어진 지금의 우리 정국은 마치 철길 위를 마주보며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기관차와 같다. 충돌 직전인데도 기관사의 안중에 승객의 안위는 간데 없고 오직 상대를 꺾어야겠다는 승부욕밖에 없는 것 같다.이들이 내심을 숨긴 채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일견 그럴듯하다. 특검을 주장하는 측은 일반검찰로는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측근 비리수사 공정성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대체성 원리'를 내세운다. 반면 거부하는 측은 검찰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을 해도 좋다는 '보충성 원리'에 더해 검찰권 보호와 삼권분립의 명분을 덧붙인다.

필자의 눈에 이런 명분들은 서로 밀리지 않겠다는 불패 의지에 내년 총선정략을 덧칠한 것으로 보인다. 고래 싸움에 터지는 새우등 신세인 국민은 정치인을 잘못 뽑은 죄로 한숨만 내쉰다. 산적한 국정은 표류하고 국민정서와 민생은 혼란에 빠진다. 아무리 정치의 생리가 권력투쟁이라지만 너무 하는 것 같다.

우리가 뽑은 국민의 대표들에게 너무 높은 덕성과 지혜 그리고 세련된 정치를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 혹시 지금의 충돌정국이 헌정 틀의 불비와 정치권의 잘못된 운용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우리의 대통령제는 그것의 전형인 미국과 달리 내각제의 요소가 많이 혼합되어 있다. 국회는 국무위원 해임 건의권을,행정부는 법률안 제안권을 지닌 것이 그 예다. 또한 행정부가 법률안 제안권과 거부권을 동시에 가졌다. 이렇게 된 것은 각 제도의 좋은 요소만을 결합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나 현실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 않는다.

첫째,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의 사례처럼 대통령이 해임 건의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장관의 자진 사퇴 외에는 제도적 해결장치가 없다. 아예 건의를 하지 않거나 건의를 무조건 수용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혼란이 가중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처럼 국무위원을 대통령의 비서로 간주해 해임건의제를 폐지하거나,국민의 심판을 구하는 내각제로 바꾸는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전문성과 정보생산 및 접근력이 높은 행정부에게 법률안 제안권을 부여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대통령에게 법률안 제안권과 거부권을 동시에 준 것은 행정주도의 통치정서와 과도한 권한집중을 야기할 수 있어 문제다. 미국처럼 대통령에게 거부권만 부여한다면 그 행사 회수가 지금보다 수십 배 많아지더라도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셋째, 행정부의 법률안 제안권은 국회의원의 국정 책임성과 연구조사 유인을 크게 약화시킨다. 우리나라의 전체 법률안 제안 중 의원발의 비율은 11대국회 41%, 14대 36%, 15대 58%에 불과하다. 가결률은 더욱 저조하다. 15대국회의 경우 총의원발의안은 40%,행정부와 협의 없는 순수의원발의안은 14%만 가결되었다. 이에 비해 정부발의안의 가결률은 82%에 달했다. 이런 사실은 제도개선의 충분한 사유가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정치풍토와 헌정의 틀로는 군사정권이나 권위주의 시대가 아니라도 제왕적 대통령의 출현, 그리고 여소야대 상황에서 심화하는 정치갈등의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비록 지난 55년 간 시행되어 국민에게 익숙한 제도이기는 하나, 지금의 대통령제는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도를 넘어선 극한 정치투쟁과 대중정치 지향의 대통령과 각료들이 만들어내는 교묘한 정치교배술(hybrid tactics)은 정치적으로는 성공을 가져올지 모르나 그 거래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국민과 나라는 멍들 수밖에 없다. 또 정치인들이 국민정서에 이반하는 집단적 행동을 막무가내로 해도 현재로선 속수무책이다. 그래서 제한적인 국민소환제 같은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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