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을 작은 산골마을에서 보냈다.가끔 부모님을 따라 읍내 5일장에 나가는 것이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을 정도로 외진 곳이었다. 장터에 도착하면 모든 것이 너무 신기해 눈이 금세 왕방울만 해지곤 했다. 마치 시장에 있는 모든 물건을 두 눈에 담아 버릴 기세였다.
그런 내가 세상에 2층짜리 건물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안 것이 충남 부여군 임천면에 위치한 임천 중학교에 입학한 1986년이었다. 2층으로 곧게 뻗어있는 계단이 어찌나 신기하고 멋있어 보였는지 모른다.
또한 그 시절 나는 한 친구에게 신기하고 특별한 멋을 느끼고 있었다. 같은 반 단짝이었던 미정이였다. 미정이는 마치 사내 같은 여자 아이였다.
미정이는 그 당시 여자 아이로서는 드물게 크고 작은 대회에서 입상을 여러 번 한 '태권 소녀'였다. 심지어 바다 건너 일본까지 다녀온 드문 경험의 소유자였다. 말하자면 나로서는 상상도 못하던 세계에서 살던 친구였던 셈이다.
미정이는 성격이 밝아서 누구와도 잘 어울렸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가끔 지나친 간섭과 과격한 행동 때문에 몇몇 아이들의 미움을 사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미정이도 지금은 아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을 것이다. 미정이가 어떻게 사는지 많이 보고 싶다. 2층 건물을 오르락 내리락 하던 우리들의 중학교 시절도 그립다.
미정아! 나 조숙연이야. 중학교 시절 너의 첫 번째 짝이었던 나를 기억하니? 기억한다면, 꼭 연락해.
/chosy112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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