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에서 뿌리 내린 사람으로서 양국 사이에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한인입양아들이었죠." 29일 방한한 김원보 한미문화협회장(사진)은 미국 남가주 한인사회에서 '한인입양아들의 대부'로 통한다.20년째 꾸준히 사비를 털어 '한인입양아 및 양부모의 밤'을 열어주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인 양부모와의 문화적 마찰로 어려워하는 가정들을 돕는 일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
김 회장은 한인입양아 돕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1984년 옆집에 이사 온 한 입양아와의 만남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1965년 도미해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부동산임대업을 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던 김 회장에게 백인부모와 함께 사는 옆집 한인입양아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이 눈에 들어온 것.
3세 때 미국으로 건너와 2년째 백인부모와 함께 살고 있던 한인입양아 쟈니는 자신과 생김새가 닮은 김 회장에게 "영어도 서툰데다 얼굴 생김새도 (양)부모님과 다르고, 덩치도 또래들보다 작아 친구들과 어울리기가 힘들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김 회장은 그 날 이후 몇일 동안을 쟈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미주 한국일보에 '한인입양아의 밤'을 연다는 광고를 냈다. '혹시 아무도 안 오면 어떻게 하나'하는 김 회장의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첫 '한인입양아의 밤'에는 로스앤젤레스 인근은 물론 샌디에고에서 달려온 사람들까지 400여명의 한인입양아와 양부모들이 몰려와 성황을 이루었다.
처음에 서먹서먹해 하던 아이들도 자기와 같은 처지의 입양아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얻고 오랜 친구를 만난 양 즐거워했다. 그 날 이후 쟈니도 자신감을 되찾아 동네 또래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고 양부모와의 관계도 좋아진 것은 물론이다.
"비록 자신을 버린 부모지만 많은 한인입양아들이 생부모를 만나고 싶어합니다."
김 회장의 이번 방한은 생부모를 만나고 싶어하는 12명의 한인입양아들을 대신해 국내 입양기관들을 찾아 생부모들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김 회장은 "이제 와서 생부모를 찾는 걸 보면 낳은 정이란 것이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며 "가능하면 많은 입양아들이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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