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임신한 뒤 당연히 모유로 아이를 키우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니 "옛날엔 도대체 어떻게 분유 없이 애를 키웠나"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신생아실에 동떨어진 아기는 이미 분유 맛을 봤고, 수유시간엔 잠만 자기 십상이었다. 아무리 마사지를 해도 단단한 젖멍울로 고생스럽기만 했다.며칠 지나며 간신히 젖 물리기엔 성공했지만 아기는 여전히 양이 부족한지 자주 보챘다. 게다가 하루 7∼8번씩 싸대는 똥기저귀 뒤치다꺼리도 고역이었다. 아이가 너무 굶는 것 같아 분유를 함께 먹이니 젖은 더 줄어 버렸다. 이쯤 되자 "어차피 직장에 다시 나갈텐데…"하는 생각에 노력을 그만뒀다. 모유 먹이기에 실패한 많은 산모들이 경험하는 일이다. 실패 이유는 많지만 특히 젖이 부족하면 안쓰러운 마음에 곧 분유를 찾는다. 대한소아과학회의 조사에서도 모유를 먹이지 못한 이유의 절반이 '젖 부족'이었다. 그러나 장스여성병원 소아과 박정란 박사는 "산후 1주일까지는 대부분 젖이 잘 분비되지 않는다"며 "모유 수유의 고비인 산후 4주를 넘기는 것이 돌까지 모유를 먹일 수 있는 관건"이라고 말한다.
분만 30분 후 젖을 물려라 모유 수유의 첫 관문은 분만 직후다. 최근 대한소아과학회가 마련한 모유수유 상담지침에 의하면 분만 30분 후 젖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신생아는 대부분 잠만 자기 때문에 모자가 방을 같이 쓰면서 깨어있는 시간을 놓치지 않고 먹이는 게 좋다.
가능한 한 자주 수유하라 산모는 분만 3∼4일째부터야 젖이 늘기 시작하며, 처음엔 단단한 울혈이 생긴다. 손으로 젖을 짜주어야 젖멍울이 풀리는데, 젖멍울도 없애고 젖 분비량도 늘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기가 젖을 자주 빨도록 하는 것이다. 신생아들은 낮밤 구분이 없고 모유는 분유보다 소화가 빠르므로 원할 때마다, 하루 8∼12번 수유해야 한다.
모유 이외에 먹이지 말 것 신생아에게는 모유 이외에 분유나 보리차, 노리개 젖꼭지를 물리지 않는 게 좋다. 아이가 굶는 것같아 분유를 먹이기 시작하면 아기는 빨기 쉬운 우유병에 길들기 쉽고, 엄마는 젖이 더욱 줄게 된다. 아이는 생후 1주일간은 잠을 많이 자고, 수분이 빠지면서 체중이 5∼10% 주는 게 정상이므로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한번에 15분씩 먹여라 모유는 먹는 양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엄마가 불안할 수 있다. 젖을 먹을 때 삼키는 소리가 나고, 젖을 먹은 뒤 1∼2시간 잘 자며, 체중이 정상적으로 늘고 있다면 아기는 충분히 먹고 있는 것이다. 체중이 늘지 않거나, 젖을 먹은 뒤에도 계속 보채거나, 젖을 오래 물고 있다면 모유양이 부족한 경우다. 다만 생후 2∼6주, 3개월, 6개월은 급성장기로 전보다 자주 먹으려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아기가 원하는 대로 먹여야 한다. 대부분 2분 이내에 먹을 양의 50%, 4분 이내에 80%를 먹게 되는데 한쪽 젖을 15분간 먹여야 수분이 많은 전유와 지방이 많은 후유를 골고루 먹일 수 있다.
전자레인지 해동은 피하라 직장 출근 땐 젖을 짜두었다가 먹일 수 있다. 엄지를 유두 위에, 검지와 중지를 유두 아래에 놓고 몸쪽으로 밀어 짠다. 중지에서 엄지쪽으로 힘을 옮기며 엄지를 앞으로 밀어주면 유방조직에 손상 없이 젖을 짤 수 있다. 유두를 쥐어짜거나 잡아당겨선 안 된다. 유축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모유는 냉장실에선 3일, 냉동실에선 3개월간 보관이 가능하며 녹였다 다시 얼려선 안 된다. 냉동 모유는 따뜻한 물속에서 가볍게 흔들거나 전날 냉장실에서 녹여 흔들어 먹인다. 전자레인지는 면역성분과 비타민을 파괴하므로 피한다.
금기해야 할 것 제왕절개를 했더라도 항생제나 진통제가 별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수유는 가능하다. 술이나 커피는 하루 한 두잔에 그쳐야 하며 흡연은 피한다. 활동성 결핵이거나 풍진에 감염된 경우 모유 수유를 금지해야 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말로는 "모유 최고" 화면은 "분유 일색" TV 너무하네
모유가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6개월 이상 모유를 먹는 아기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TV뉴스는 모유의 우수성을 많이 보도하지만 드라마에선 눈을 씻고봐도 모유수유 장면을 찾기 어렵다.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는 최근 '엄마젖 최고 간담회'를 열어 'TV 드라마에서 분유 먹이는 장면이 남발되고 있다'는 모니터 결과를 발표했다. 협회에 따르면 2002년 1월부터 올 10월까지 방송 3사의 TV 드라마를 모니터한 결과 모유 수유 관련 장면은 5번밖에 나오지 않은 반면 분유를 먹이는 장면은 28번이나 나왔다. 특히 MBC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KBS1 '노란 손수건', MBC '인어 아가씨'는 분유를 먹이는 장면이 각각 8회, 5회, 4회 노출돼 여성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일수록 우유병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모니터요원인 손은진씨는 "모유 수유 내용은 대사로 간단히 처리된 반면 갓난아기가 나오는 나머지 드라마는 공식처럼 분유와 우유병이 등장, 결과적으로 분유 홍보효과만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분유업체의 광고도 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가 같은 기간 4개 신문의 이유식광고를 모니터한 결과 이중 3개 신문에 43∼31회 광고가 실렸다. 분유 광고는 금지돼 있음에도 업체들은 이름과 용기디자인이 같은 6개월 이후 성장기 조제분유를 영·유아식으로 포장해 광고함으로써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
한양대병원 소아과 김남수 교수는 "강남 집값이 문제가 될 정도로 교육열이 과도하지만 모유 수유는 쉽게 머리를 좋게 하는 방법"이라며 "모유가 출생 첫해 뇌의 발달에 중요하고, 아토피피부염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을 막아준다는 점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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