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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영어만 파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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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영어만 파면 된다?

입력
2003.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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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동안 영어강사를 한 나는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로부터 '영어를 완전히 마스터한 뒤에야 다른 언어를 배우고 싶을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그들에게 세계에는 3,000∼7,000개의 언어가 존재하는데 왜 영어만 배우고 싶은지 물어보면 "회사가 영어 잘 하는 사람을 원하니까", "영어만 알면 세계 어디든지 갈 수 있으니까", "시험에 합격해 돈 많이 벌고 싶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서" 등의 이유를 댄다. 다 내가 예상한 대답들일뿐 "영어의 고전을 좋아 하니까" 라든가 "영어가 그냥 듣기 좋아서" 같은 개인적인 관심을 이유로 한 답변은 드물다. 사람들은 영어 그 자체를 좋아한다기 보다 영어를 배워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좋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어만 알면 정말 세계의 어디든 갈 수 있을까? 지난해 프랑스에 갔을 때는 10명 중 약 1명 정도만 영어를 할 줄 알았다. 내가 불어를 몰랐다면 아주 힘든 여행이 됐을 것이다. 1998년 에스토니아를 여행했을 때도 비슷했다.

98년 영어와 불어 밖에 몰랐던 나는 일본어를 배우기로 했다. 영어와 거꾸로인 일본어의 어순과 한자를 전혀 모른다는 것 때문에 일본어를 마스터하는 데는 3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때부터 일본에서 한국어를 배우기로 했는데 일본어와 비슷한 점이 많은데다 한자까지 같아 1년 정도 밖에 안 걸렸다. 반대로 먼저 스페인어를 배운 다음 스페인어를 통해 영어를 1년 만에 익혔다는 한국 친구도 보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유럽의 언어를 배우면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앙코르(encore)는 불어로 '아직'이라는 말이다.

또 기시감(旣視感)을 뜻하는 데자 부(deja vu)도 불어로 '벌써 봤다'는 뜻이다. 며칠 전 '피아니스트'라는 영화를 보다 나치 군인의 독일어 대사를 들었는데 독일어를 하나도 모르는 나도 발음만으로 거의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독일어는 영어와 문법이 비슷하고 단어까지 같을 때도 있어 독일 사람에게는 영어가 배우기 쉽고, 영어권 사람들 역시 다른 나라 말을 쓰는 사람들보다 독일어가 배우기 쉽다.

이처럼 다른 언어를 통하면 새로운 언어를 더 배우기 쉬울 수도 있고, 특히 오랫동안 다른 언어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영어를 더 깊이 알고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언어를 배워야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유럽 언어를 먼저 배우는 것이 절대로 영어 공부를 게을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캐나다인·프리랜서 번역가, 드러머

데이비드 맥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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