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둡고 긴 터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선 내년도 세계 경제의 회복을 전망하면서 한국 경제도 5%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가 회복되지 않는 한 이것은 희망사항이 될 가능성이 높다.외환위기를 기준으로 이전 5년과 이후 5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평균 각각 6.9%와 4.8%로 2%포인트 이상 하락했는데, 이는 투자 시스템의 변화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연평균 총투자율을 비교할 때 외환위기 이전 5년간이 36.3%였던 것에 비해 이후 5년간은 25.9%에 불과했다는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10%포인트 이상 투자율의 구조적 하락이 외환위기 이후의 잠재성장률의 하락과 경기침체의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의 구조적 하락을 해결하지 않는 한 한국경제는 희망을 전망할 수 없다.
최근 기업투자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이라크 관련 현안이나 노사분규 등은 기업투자 감소의 부분적인 요인에 불과하고, 현재의 소비침체 역시 투자부진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다. 최근 국회 재경위에서 통과된 법인세 2%포인트 인하 역시 기업의 투자감소 해소나 고용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 2년 전에도 법인세를 1%포인트 인하하였으나 2002년 총투자율은 26.1%로 인하 이전(2000∼2001)의 연평균 투자율 27.7%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올해에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법인세율이 인하되더라도 투자 확대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현재의 경제 상황은 법인세 인하로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끌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법인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와 적자재정 운용은 이자율 인상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이는 기업의 투자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투자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정부, 은행, 기업의 유기적 협력 시스템에 기초한 것이었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의 기업 및 구조조정은 대안적인 투자 시스템의 구축 없이 기존의 협력 시스템을 파괴시켰다. 수익성 중심의 은행이 저축을 투자로 연결시키는 매개고리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해외매각 등 은행의 민영화 결과인 것이다. 또한 자본시장의 무분별한 개방의 결과 시설투자나 기업의 중장기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기업의 시설투자 공시 후 주가의 하락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정부는 투자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데에 주력하기 바란다.
최 배 근 건국대 경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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