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총무 이상철) 세미나 '매체 상호비평의 이상과 현실'에서는 현직 언론인과 언론학자들이 매체비평의 성과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허엽 동아일보 문화부 차장은 주제발표에서 "MBC '미디어비평'은 김대중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로 언론과 정부의 긴장이 고조된 시점에 시작됐고, KBS '미디어 포커스'의 탄생 배경도 정치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내용도 특정 신문 비판에 치중해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현주 MBC 보도제작국 부장은 "MBC '미디어 비평'이 공짜 취재, 소리만 큰 재난방송, 성금모금 방송의 문제점, 엉터리 외신기사 등 언론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데 기여해 왔다"고 자평했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매체 비평의 긍정적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는 방송사의 신문 때리기와 신문의 KBS·MBC 흠집내기 등 '막가파식 비평'이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으로 과거와 같은 '침묵의 카르텔'로 복귀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며 "매체 간 상호비판이 미디어의 부패구조를 깨는 데 머물지 말고 새롭게 신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제 발표에 이은 토론에서도 매체 비평의 필요성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지영선 한겨레신문 콘텐츠 평가위원은 "방송사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등장은 사회의 의식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불편해 하거나 겁낼 것이 아니라 언론과 사회를 위해 필연적이고 필수적인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성순 고려대 석좌교수(전 중앙일보 편집국장)는 "매체간 비평은 경쟁사를 깎아 내리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며 "매체 비평을 하더라도 언론사가 아닌 독립기구에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참석자들은 매체 비평이 현재의 상호 흠집내기에서 벗어나 언론 전반의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경주=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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