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대표의 당선은 민주당으로서는 안정 속에 총선 준비 박차, 전체 정국 차원에서는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 재의결을 통한 정국 정상화의 계기가 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조 대표 개인적으로는 17대 총선 승리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틈새에서 민주당의 입지 확보라는 2대 과제를 완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우선 민주당 차원으로 보면 조 대표는 각 계파의 폭 넓은 지지로 당선된 만큼 당분간 당 화합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통·통합모임 출신간 반목이나 소장파의 세대교체론으로 인한 갈등은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공산이 크다. 물론 경선에서 약진한 추미애 김경재 김영환 의원 등 중도·소장파의 발언권은 이전보다 한층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총선 공천 과정에서 예상되는 당 쇄신과 세대교체 바람을 조 대표가 어떻게 조정해내느냐이다. 공천을 둘러싸고 계파간 '밥그릇 싸움'이나 세대 갈등이 재연될 소지는 충분하다. 조 대표는 계파 보스들은 물론 소장파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이해 다툼의 조정역을 해내야 한다.
총선을 치르기 위한 임시지도부인 조 대표로서는 당장 새 인물 발굴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인재 확보 경쟁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제1당인 한나라당을 따돌리기가 쉽지 않다. 또 '새 피 수혈'은 호남 등지에서 현역 의원 물갈이와 직결돼 있어 내부 반발 해소 여부도 관심사다.
정국을 조망해 보면 측근비리 특검의 재의결, 국회 정상화 등 정국 현안은 한나라당과의 협의아래 조기에 정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 대표가 이날 4당 대표 회담을 제의한 것은 정국 해법의 첫 수순으로 비쳐진다.
조 대표는 특검법 재의결을 당론으로 정해 한나라당의 원내 복귀를 유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대치 구도 아래서 캐스팅보트를 쥔 민주당이 나름대로 정국을 주도하고 독자적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게 그의 의도이다. 하지만 한·민 공조로 인한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해 대선자금 공세를 통해 사안별 분리 대응 전략을 펼 소지도 있다.
조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하느냐도 중요한 의제다. 조 대표는 "야당의 길을 가겠다"고 했지만 동시에 비판적 협력론도 펴고 있다. "총선에서 승리해 빼앗긴 정권의 절반을 되찾겠다"는 그의 발언은 총선 이후 분권형 대통령제나 책임총리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열린우리당과의 통합론도 넘어야 할 산이다. 총선이 임박할수록 수도권 및 중부권 인사들의 통합 요구가 높아질 게 확실해 '통합 반대론자'인 조 대표가 이를 어떻게 수습해 낼지 주목된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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