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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바그다드 전격 방문/재선 겨냥 "2시간반 깜짝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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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바그다드 전격 방문/재선 겨냥 "2시간반 깜짝쇼"

입력
2003.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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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인 27일 이라크 바그다드를 전격적으로 방문했다.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31분(현지시간) 전용기인 공군1호기 편으로 어둠 속에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 공항 식당에서 만찬 중이던 미 제1기갑 사단 및 82공수사단 장병 600여명을 격려했다.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를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2시간 32분 동안 머문 뒤 미국으로 돌아왔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은 정당한 목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승리할 것"이라며 "테러리스트들은 미국이 도주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우리는 자유 이라크가 수립될 때까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아흐마드 찰라비 등 이라크 과도통치위 위원 4명과도 만나 조기 주권이양에 대한 의지를 전달했다.

이날 폴 브레머 미군정 최고 행정관이 식당에 모인 병사들에게 "최고위 인사가 대통령의 추수감사절 메시지를 읽을 때"라고 말한 뒤 "우리보다 더 고위인사가 뒤에 있습니까"라고 묻자 군용 자켓을 입은 부시 대통령이 장막 뒤로 모습을 나타냈다. 뜻밖의 손님을 맞은 병사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순간 부시 대통령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이 장면을 TV 중계로 지켜본 본토의 잠재적 유권자들에게 '최고 사령관' 의 이미지를 뚜렷하게 각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미 CNN은 그의 이라크 전격 방문을 3월 이라크 공격을 시작할 당시 공습 상황에 빗대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라고 묘사했다.

부시 대통령의 깜짝 방문에는 다목적 포석이 숨겨 있다. 미 DHL 화물 수송기가 이라크 저항 세력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불시착한 지 5일 뒤 감행된 부시 대통령의 바그다드 공항 착지는 장기 주둔에 지친 미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또 이라크 내 친미세력에게는 미국이 자신들을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큰 노림수는 내년 대선에 있다. 매일 1명 꼴로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택한 이라크 행은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정치공세를 차단하면서 유권자들에겐 역시 '안보 대통령'이란 인상을 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특히 부시에겐 대통령도 가지 않는 위험 지대를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누비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백악관 당국은 이번 방문이 6주 전 계획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부시의 최종 승인은 클린턴 의원이 아프가니스탄을 향해 떠난 26일 내려졌다.

이번 깜짝쇼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부시가 극도의 보안 속에 이라크를 방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이라크의 지속적인 위험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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